영국 에식스주 산업단지에서 발견된 냉동 컨테이너 속 시신 39구가 모두 중국인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25일 영국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지난 24일 영국 에식스 경찰은 23일 영국 남동부 에식스주 한 산업단지의 화물 트럭에서 발견된 39명 시신은 모두 중국인으로 이들 중 31명이 남성, 8명이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전문가에 따르면, 이들은 영하 25도 이하의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최소 15시간 동안 추위에 떨다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최초 신고자 트럭 운전사는 현지 경찰에 붙잡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직 중국인임을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영국대사관은 25일 홈페이지에 “현재 영국 경찰이 시신 39구에 대한 신분 확인 중으로 현재까지 이들이 모두 중국 국적임을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죽음의 컨테이너’로 부르며 배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환구시보는 “죽음의 컨테이너 배후는 밀입국 브로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건이 밀입국 또는 인신매매로 인한 피해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사망자들은 밀입국 알선 조직에 가담한 밀항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서 유럽에서 밀입국자들의 사망 사건이 다수 발생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또한 25일 논평에서 이번 사건을 ‘지난 2000년 영국 도버의 한 컨테이너 안에서 58명의 중국인 밀입국자가 질식사한 사건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중국인 집단 사망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집단 사망 사건이 아일랜드의 인신매매 조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국 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범죄 척결 행동을 촉구했다. 신문은 “사망자의 밀입국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이 같은 대규모 집단 사망 사건은 개인의 잘못으로만 규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19년 전 영국 도버에서 같은 비극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영국과 유럽 국가가 인권에 대한 약속을 철저히 지켜주길 바란다”며 “중국인들이 유럽에서 차별당하고 목숨을 잃지 않도록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이번 사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안타까운 심경을 표하며 영국 경찰의 철저한 조사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설명하길 강력히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컨테이너 속 39명 모두가 중국인일 수가 있는가”, “2000년에 영국 도버 컨테이너에서 숨진 58명의 중국인은 모두 푸젠(福建) 지역 사람이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마을의 사람들이 단체로 동사한 건지…… 정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영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환구시보 논평에 현지 누리꾼들은 “스스로 원해서 불법을 저질러 놓고 다른 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꼴”, “영국 정부의 책임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논리는 편파적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를 감싸고 경찰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욕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