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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90] 인어가 잠든 집 (人魚の眠る家)

[2020-09-01, 12:26:21] 상하이저널
히가시노 게이고(작가) 저 | 김난주(번역가) 역 | 재인 | 2019.02.28

첨단 IT 회사를 운영하는 가즈마사와 그의 아내 가오루코는 딸 미즈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혼하기로 한 쇼윈도 부부다.

어느 날 딸이 수영장에서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비보가 날아든다. 병원으로 달려간 두 사람에게 의사는 미즈호의 뇌사를 알린다. 그러나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고 미즈호의 손을 잡았을 때, 부부는 미즈호의 손이 움찔하는 것을 느낀다. 

미즈호의 엄마는 집에서 재택 간병을 시작한다. 병원에서 훈련을 받았지만 막상 시작한 간병은 녹록지 않았고 친정엄마와 24시간 매달려 있어도 좋지 않은 일이 자꾸 일어나 늘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미즈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 꺾이려는 의지를 강하게 지탱해 준다. 거기에 힘을 북돋을만한 큰 변화가 있었다 . 

미즈호의 몸이 때때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움직임이 의미 없는 동작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쁨이나 분노의 감정을 표시하려 한다고 느꼈다. 부르면 반응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뇌 신경외과의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재택 간병으로 미즈호를 접하는 시간이 많아 그런 현상을 목격하는 빈도가 높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1학년이 된 미즈호의 동생 이쿠토의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다.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하기로 한날, 가오루코는 파티에 걸맞게 알록달록한 장식과 색색 풍선들 Happy BIRTHDAY라는 글자가 새겨진 은빛장식으로 한껏 꾸민다.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할머니와 모든 가족들이 다 모였지만 정작 이쿠토가 보이지 않는다 . 

이쿠토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자 엄마가 이쿠토에게 다가가 친구들은 언제 오냐고 물었다. 이쿠토는 친구는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오루코가 무슨일로 오지 않느냐며 묻자 이쿠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친구들에게 누나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가오루코가 다시 다그치자 이쿠토는 대답한다. 

“누나는 죽었다고 했어”
“뭐라고...?”
“그렇잖아. 죽은 것처럼 보이잖아.”
찰싹, 소리가 났다. 가오루코가 이쿠토의 빰을 때린 것이다.
“사과해! 누나한테 사과해.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어?”

말을 듣지 않자 이쿠토를 휠체어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가즈마사는 거의 미친 몸부림을 치는 가오루코의 빰을 때렸다.
창백해진 가오루코는 조용히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더니 부엌칼을 들고 나왔다. 미즈호옆에 가더니 핸드폰을 꺼내 경찰을 부른다. 4명의 경찰이 있는 가운데 가오루코는 딸의 가슴 쪽으로 칼을 들이대면서 부르짖는다. 

“이 아이는 제 딸입니다. 지난봄에 초등학교3학년이 되었죠. 제가 이 아이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면 저는 살인범인가요? 이 아이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행위는 범죄인가요?”
“ 그야 물론 살인죄죠. 만에 하나 아이가 목숨을 구한다 해도 살인 미수죄는 면할 수 없습니다.”
“왜죠?”

뇌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엄마와 현명한 답을 못하는 경찰들. 
그 일이 지나고 평화롭게 보내던 어느 날 새벽.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딸이 부르며 서 있었다.

“엄마 고마워. 지금까지 고마웠어. 그리고 행복했어.”
“가는 거니?”
“응. 안녕 엄마. 잘 지내.”
안녕, 하고 가오루코도 인사했다.

미즈호는 그때부터 모든 수치가 나빠지고 악화되기 시작했다.가족들이 모두 모여 작별을 고했다.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 기증을 결정하고 나서 남편은 아내 가오루코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한다. 

"고생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오히려 행복했지. 미즈호를 지키면서 내가 이 아이를 낳았고 이 생명을 내가 지킨다는 실감이 있어서 굉장히 행복했어. 사람들 눈에는 미친 엄마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

"세상에는 미쳐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야."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딸에 대한 엄마의 집착이 특별하다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이 세상의 어느 엄마가 심장이 뛰는 딸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여리지만 강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도 그녀의 어머니도 지금의 내 딸의 엄마인 나도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내면의 잔잔함 속에는 단단함이 들어있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가슴이 먹먹하고 시리도록 바람이 불어 며칠간 책 속의 주인공인 양 우울한 날을 보냈다. 자꾸만 생각나는 생생한 장면들에 이끌려 3번이나 읽은 책이며 올해 나의 베스트셀러이다.

유동우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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