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을 누비며 범죄자를 쫓아가고, 멋진 발차기로 이들을 체포하는 사람들. 수사 전에 급하게 짜장면을 시켜 먹고, 거칠지만 유쾌하게 사건 처리를 하는 사람들. <극한직업>, <베테랑> 등 최근 한국 미디어에서 나오는 형사의 이미지는 조금은 고달프지만, 정의구현을 위해 범법자들을 쫓는 직업으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형사는 위험성 대비 낮은 보상과 발로 뛰는 수사 방식으로 인해 점점 기피 직업이 돼가고 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선하고 멋있는 직업 같기만 한 형사. 이 직업의 장단점을 영화 <블랙클랜스맨>을 토대로 살펴보자.
•2018/미국/145분
•감독: 스파이크 리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애덤 드라이버
영화 <블랙클랜스맨>은 미국의 악명 높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에 잠입한 첫 흑인 형사 ‘론 스톨워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콜로라도주의 첫 흑인 경찰이 된 스톨워스는 우연찮은 기회로 신문에 모집 광고를 올린 KKK와 전화를 통한 연락을 주고받게 되며, 흑인인 자신을 대신에 백인 동료 형사 ‘플립’을 KKK에 합류시키며 일종의 ‘트로이 목마’ 잠입 수사 작전을 펼치게 되는 이야기다.
이 둘은 거칠고 인종차별적인 연기로 KKK 수뇌부의 믿음을 얻고, 비록 중간 중간 형사임을 들킬 뻔한 사건들이 여러 가지 있었으나, KKK 단원들이 흑인 학생회에 감행하려 했던 폭탄 테러를 성공적으로 막기까지 이른다. <블랙클랜스맨>은 최근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을 시작으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흑인 인권 탄압에 중점을 맞추고 있지만, 형사라는 직업의 임무와 특징, 그리고 고충 역시 충실하게 보여준다.
형사들의 기본적인 임무는 수사와 증거물 수집을 통해 범죄 단체 혹은 범죄자를 추적하고 체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위험한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직업이다 보니, 이들을 정확하게 잡기 위해 사복 근무나 잠입 수사는 물론, 거친 몸싸움이나 총격 사건 등의 위험성 높은 상황들을 맞닥트리게 될 수 있는 것이 형사라는 직업의 숙명인 듯 하다.
영화 <잠입수사>의 한 장면
영화 <블랙클랜스맨>에서 스톨워스와 플립 역시 잠입 수사와 도청 장치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며 상당히 위험한 임무로 묘사된다. 유대인이었던 플립은 그를 유대인으로 의심하던 KKK 단원(유대인을 혐오하는 네오 나치 집단이기도 하다)에게 총기로 협박을 당했고, 스톨워스 역시 폭탄 테러범을 막기 위해 거친 몸싸움을 해야만 했다.
다만 <블랙클랜스맨>에서 나오는 주인공 형사들은 이런 위험성 높은 수사 방식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정의를 위해 대항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이에 맞서는 흑인들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다루고 있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작품답게, “인종차별에 굴하지 않는 흑인 형사”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에게 부여한다. 감독은 1980년대 만연했던 인종차별을 언급하면서 형사들은 범죄와 비도덕적 행위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이들로 보여준다.
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날리는 형사들은 고마운 존재다. 자신에게도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가족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직업이다. 실제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김복준 교수는 한 방송에서 “가족들에 대한 보복 공지”가 수사 중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블랙클랜스맨>에서도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폭탄 테러에 휘말려 죽을 위기를 겨우 넘긴다.
결국 <블랙클랜스맨>에서처럼, 형사직은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의로운 직업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당하는 이 직업의 명과 암을 명확히 보여주는 듯하다. 최근 한국에서 형사라는 직업이 승진과 월급 보상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피 직업이 되는 만큼, 목숨을 걸어가며 사회에 공헌하는 이들을 위한 대우 개선은 필수적이다.
학생기자 이한승(SA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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