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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절 노동운동] ① 일제강점기 최대 노동운동 ‘원산 총파업’

[2021-05-20, 14:48:58] 상하이저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서문
이 문구의 의미를 잘 담아내었던 노동운동이 1929년 1월 13일부터 4월 6일까지 일어난 원산 총파업이다. 원산 총파업을 표면적으로는 노동조합인 원산노동연합회와 상공인 대표인 원산상업회의소가 충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제의 반노동 정책에 따라 지역의 모든 사회 제반 계층이 양 편으로 나뉘어 싸운 대규모 투쟁이었다.

발단

원산은 개항장으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성장하기 시작했고, 1883년에는 최초의 근대교육기관인 원산학사가 세워질만큼 도시화의 속도가 빨랐다. 이후 여러 산업이 들어서면서 노동자 계층이 형성됐고, 1920년대 후반부터 중화학공업이 들어섰으며 사건의 발단인 회사도 석유회사다.

이 석유회사는 영국인 소유의 ‘라이징 선(Rising Sun)’ 제유회사로, 이 회사의 중간 관리자였던 일본인 고다마가 1928년 9월 조선인 노동자를 폭행했다. 평소에도 일본인 관리자들은 조선인 노동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임금 역시 일본인 노동자의 절반에 불과했다. 폭력사태가 일어나자 이 회사의 노동자 120명과 노동자 교섭대표 원산노동자합연맹(이하 원산노련)은 일본인 감독의 파면, 최저임금 보장, 해고수당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마지못해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했으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총파업

1929년 1월 13일 라이징 선의 노동자들은 원산노련에 교섭이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고하였고 원산노련은 라이징 선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시했다. 이에 상공인 교섭 대표인 원산상업회의(이하 원상상의)는 협상할 의사가 없다며 파업을 결근으로 처리하고 원산노련 소속의 노동자들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총파업이 시작되자 원산상의는 인천에서 대체 노동자를 구해 파업을 무력화시키려고 했으나 인천 노동자들은 원산의 상황을 파악하고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산 총파업은 사회문제와 민족문제로 번졌다. 원산에 거류하던 일본인들은 테러 위협을 가했고, 일본군도 무력 시위를 했다. 원산상의는 물자를 차단해 여유가 있던 일본인 기업과 달리 조선인 기업은 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파업 한 달 사이에 위원장 김경식을 비롯한 노조 간부 42명이 구속됐고, 경찰은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원산의 경제는 마비 상태가 되어 생필품 고갈로 위태로운 사태가 되기 시작했다. 이에 원산노련은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파업을 해제해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했고 1일 2식과 물자절약을 격려했다. 

연대

원산파업은 신문 보도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널리 알려졌다. 국내 각지에서 신간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후원 물자를 보내며 연대했다. 또한 중국과 프랑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노동자들이 연대 전문을 보내왔다. 1월 말 무렵에는 승세가 노동조합으로 기울어졌던 것으로 보였다.

장기화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원상상의는 새로 설립된 함남노동회를 통해서만 노동자를 채용하겠다며 압박했다. 3월 중순 이후 노동자들 가운데 원산노련을 떠나 함남노동회에 가입해 다시 취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에 노동자들 사이에도 원산노련은 사수하자는 측과 함남노동회를 통해 재취업한 측 사이의 갈등과 자신들을 통한 투쟁만을 고집하면서 조선인 사회와도 갈증을 빚었다. 

결과

4월 3일 함남노동회의 간부가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자 경찰은 이를 계기로 원산노련 관련자를 대거 검거했다. 지도부가 검거된 상태에서 더 이상 파업을 유지할 수 없었던 원산노련은 원산상의가 요구해 온 노동자 개인의 ‘자유취업’을 수용하고 파업을 중지했다. 파업을 주도한 원산노련 위원장 김경식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투옥됐다가 10월 만기 출소했다. 

총파업 이후

원산 총파업은 얻은 것 하나 없는 실패였으나 이후에도 노동조합 운동은 지속됐다. 1930년대의 노동조합은 비합법 조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찰 당국은 이들을 체포했다. 1931년에서 1935년 사이 체포된 노동조합 활동가는 1759명에 달했다. 또한 노동조합은 새로운 사상을 자신들의 조직 이념으로 받아들였다. 조선공산당과 같은 공산주의 운동가들은 적색노조 운동을 벌였고, 원산에서는 ‘지배자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아나키즘의 영향으로 원산일반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원산일반노동조합은 원산 총파업 이후 부두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함남노동회와 달리 여러 중소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조직했으며 함남노동회 간부들의 비리를 폭로했다. 
원산 총파업은 실패했다. 하지만 결코 의미없는 노동운동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최대의 노동운동으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끝까지 저항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운동으로 우리의 마음 속에 잊혀지지 말아야할 사건이다.


학생기자 차예은(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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