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8일 자정, WHO(세계보건기구)가 중국의 코로나 백신 시노팜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비서구권 국가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건 시노팜이 처음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중국의 시노팜 백신(BBIBP-CorV)
시노팜 백신(출처 : 헬스케어)
시노팜(Sinopharm: 中国国药集团)은 백신의 명칭이 아닌 중국의 백신 개발 제약회사의 명칭이며, 승인받은 백신의 정식 명칭은 BBIBP-CorV이다. 시노팜 백신은 자체 임상 조사에서 79.3%의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WHO 조사에서도 78.1%를 기록했다. 도입 초기에는 접종 부작용에 대한 표본 부족으로 국제 승인을 받지 못했으나, 지난 5월 8일 WHO의 긴급승인을 받게 되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의 백신 효능을 공인받았다고 자축했으며 중국의 신화통신은 “WHO의 중국 백신 승인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높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시노팜은 총 20억 위안(한화 3,500억)을 추가로 투입해 베이징과 우한에 생산시설을 건립했고 연간 백신 생산량을 50억 도스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코로나 백신의 원리
코로나 백신의 원리(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백신이 바이러스를 면역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바이러스에서 항원 유전자를 빼낸 후 다른 바이러스체에 주입한 것을 인체에 투여하여 항원 단백질의 생성을 유도하는 ‘바이러스벡터(Virus Viral Vector)’백신, 둘째로 사멸시킨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불활화(불활성화) 백신’, 이외에도 RNA백신, DNA백신, 재조합 백신 등이 있다.
시노팜의 BBIBP-CorV은 불활화 백신이며, 이는 전통적인 백신 플랫폼으로 감염 바이러스 확보 시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고 제조법이 단순하여, 중화항체 유도가 우수한 특징이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제약 회사 시노백의 CoronaVac 역시 불활화 백신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이자(Pfizer Inc.)의 백신 BNT162은 RNA 백신인데, RNA 백신은 제조 기간이 짧아 신속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화이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과 접종량을 자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RNA 백신은 영하 20도(-20℃)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특징 때문에 수송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의 백신 접종 현황
중국 백신 접종량(출처 : 바이두. 중국 백신 접종률 현황)
중국은 2021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여 현재 6억 명이 접종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접종을 완료한 상태이다. 최근 WHO에서 시노팜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9일 만에 1억 명이 접종하였고 최대 하루 1,400만 명이 접종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연말까지 인구의 70%인 8억 명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강행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백신 접종률이 80%를 초과한 상태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멀어져 지방에 가까워질수록 백신 접종률이 낮고, 접종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존재한다. 또한,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행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백신 접종 현황
세계 백신 접종 현황(출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5월 28일 기준으로 코로나 백신을 1회라도 접종받은 사람은 세계 전체 인구의 22%인 17억 명 가량이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서양국가가 접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경우 접종률이 1~2% 남짓이고 아시아 국가는 4% 남짓이다.
과학자들은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인구 65~70%에게 백신을 접종하여 면역력이 형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집단면역이란 충분한 수의 인구가 면역력을 갖게 되면 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된다는 이론이다. 세계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여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를 정복하는 시기는 2022년 후반기 정도로 예측하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
EU 백신 여권 (출처 : 구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이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선 5월 한 달간 백신 1회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공짜 맥주를 주는 행사가 한창이며, 앤드루 쿠오모(Andrew Mark Cuomo) 뉴욕 주지사는 백신을 맞는 뉴욕 시민은 상금 500만 달러(56억3,750만 원)를 딸 수 있는 복권 스크래치 카드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5월 4, 5일에 아이돌 그룹 SNH48이 함께하는 코로나19 백신 이벤트를 열었다. 행사 기간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걸그룹 멤버들이 직접 기념도장을 찍어주는 이벤트였고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EU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칠 경우, 자가격리 없이 입국을 허가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도 자가격리가 의무인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 면제에 대한 논의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어 곧 한국도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에도 아직 백신 접종자에게 격리 면제 등의 혜택은 없지만, 접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그 속도가 가속되고 있음을 고려해볼 때 코로나 정복을 선언할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유준(저장대 정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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