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BYD, 比亚迪)의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1조 5000억원이다.
7일 재련사(财联社)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비야디 지분 비율은 지난해 말 1.9%에서 올해 1분기 0.3%까지 떨어졌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비야디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16년 자동차 칩 사업 발전을 위해 비야디 지분 1.9%을 5287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중국 자회사인 상하이 삼성반도체를 통해 이뤄졌다. 해당 지분은 매입 당시 5287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 7000억원까지 3배 이상 올랐다.
비야디는 초창기 개인용 전자제품 배터리 생산업체로 설립된 뒤 지난 2003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업무에 집중해 왔다. 지금은 중국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판매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업체로 지난 7월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판매 경진대회에서 테슬라, 상치통용우링(上汽通用五菱 SGMW)을 제치고 세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업계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비야디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삼성의 움직임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각종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비야디의 주가가 지난 몇 년간 크게 오르자 삼성이 지분을 매각해 투자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야디 주가는 올 들어서만 30% 이상 상승했고 지난 2016년보다 3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1000억 달러에 가까운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비야디 주식을 현금화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삼성의 움직임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배터리 분야의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결정이 미국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포드 미국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로 더 이상 중국이 이 레이스에서 이기게 둘 수 없다고 말했다”며 삼성이 이 같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의 중국 고객은 샤오미, 오포(Oppo), 비보(Vivo)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구매자 수요에 맞춰 공장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