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10대 형제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로 친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형법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을 살해한 경우, 존속 살인죄를 적용해 단순 살인죄보다 가중된 처벌을 내린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존속 살인죄를 어떻게 처벌할까?
중국에도 존속 살해죄가 존재할까
우선 중국의 형법에는 존속 살해죄라는 죄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존속 살인은 “고의 살인죄”의 법령에 의거해 재판에 넘겨진다. 고의 살인죄는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제 232조에 해당하며, 재판에서 고의 살인죄가 인정될 경우 피고인은 최대 사형, 무기 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사건의 내용과 경위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명문대 생의 주도면밀한 살인
2021년 8월 26일, 푸저우(福州)시 중급인민법원에서 한 살인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은 27세 남성 우쉐위(吴谢宇)로 친모 살해 혐의 및 사기죄 등 4개의 죄목으로 기소됐다. 그가 자신의 친모를 살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2월 14일 우씨의 친모 쉐(谢)씨가 거주 중이던 중학교 교직원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시체는 침대 시트와 비닐로 75겹가량 꽁꽁 싸여있었으며, 전문가들은 쉐씨가 살해된 지 6개월 이상 지난 것으로 추측했다. 시신이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시신의 밀봉과 더불어 활성탄과 탈취제를 함께 두는 등 주도면밀한 범행 수법 때문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피해자의 아들 우씨다. 우씨의 범행동기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아버지가 사망한 후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살해했다는 것이 본인의 주장이다.
우씨의 재판 장면 (출처: 央视网)
일각에서는 어머니 쉐씨의 과도한 학구열, 성적에 대해 강한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과 가족력에 의한 정신질환이라는 추측이 무성하지만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그는 범행 이후 친척으로부터 학업 비용을 명분으로 144만 위안(한화 약 2억 6천만 원)을 챙겨 중국 내에서 3년간 도피 생활을 감행했으며, 그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우씨 외삼촌의 신고로 2019년 체포되었다. 피고인 우씨는 중국 최고 명문대학 베이징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명문대생의 잔혹한 친족 살해는 중국 대륙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그는 범행 수개월 전부터 살해 도구를 구매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악질적인 살해 수법과 고의적 살해가 인정돼 1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사형판결과 함께 10만3,000위안(한화 약 1,858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안락사 혹은 존속살인?
이른바 “孝子弑母, 효자 친모 살인”으로 불리는 사건이 있다. 효자와 살인, 서로 상충하는 두 단어는 어떻게 조합된 것일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2011년 5월 16일, 투병 중이던 덩(邓)씨의 모친 리(李)씨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아들 덩씨가 본인의 모친이 자연사했다며 직접 광저우시 판위구(广州市番禺区) 공안국 파출소에 신고했고 이를 토대로 현장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현장 감식 결과, 리씨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닌 독극물 중독으로 판단됐다. 이어진 법의학적 감정 결과, 시신에서 살충제 농약의 한 종류인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덩씨의 재판 장면 (출처: 中新网)
수사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덩씨의 주장에 따르면, 모친은 오랜 투병 생활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고 통증이 수반되어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리씨는 아들 덩씨에게 농약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으며, 리씨가 스스로 농약을 음용해 삶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덩씨의 증언은 심문 과정 중 사실로 인정되어, 수사기관으로부터 집행 유예 선고가 권고됐다. 광저우시 판위구 법원은 2011년 5월 30일 열린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덩씨에게 유기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고의 살인죄로 피소된 피고인 덩씨에게 이렇게 낮은 형량이 내려진 것은, 중국에서는 안락사가 금지돼 있지만 판결 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술이 받아들여져 간접 고의가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덩씨는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도 비슷한 판결 사례가 존재한다. A씨는 2016년 2월 22일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말기 신부전증으로 투병 중이던 어머니 B(72)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존속 살해죄로 기소된 A씨는 지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정민)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동시에 치료 감호 처분을 내렸다.
재판 후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는 덩씨의 모습(출처 : 搜狐)
만 14세 미만은 존속 살해도 무죄 판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중국의 존속 살인 사건 판례 중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제 17조에 따르면 만 16세가 넘었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만 14세 이상 16세 이하의 경우 고의적 살인, 고의적 상해로 인한 중상 혹은 사망, 강간, 강도, 마약 판매, 방화, 폭발, 위험 물질 투하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사 처벌을 받는다. 이 조항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의 형사 처벌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후난성에서 만 12세 소년의 담배를 피우다가 걸려 모친에게 구타를 당한 뒤, 우발적 살해를 저질렀지만, 법률상 형사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9일 만에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송되는 12세 소년(출처: qq닷컴)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륜을 져버린 잔혹한 범죄에 대한 중국 사회의 공분은 식지 않는다. 특히나 중국 명문대생 우씨의 범행은 대형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사건의 전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후 처벌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반복되는 존속 살인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학생기자 서은진(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