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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골프는 녹색 아편?

[2021-11-02, 16:38:19] 상하이저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따라 축구나 농구와 달리 사회적 거리 두기가 손쉬운 골프가 새로운 대중 인기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골프를 주제로 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 런칭될 만큼 인기인 스포츠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골프(출처: 구글)


중국의 골프 인구, ‘중국’치곤 너무 적다

중국 골프협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19년 중국골프인구는 800만 명가량이다. 이는 중국의 탁구 인구가 8,000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1/10이라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은 수치이다. 중국에는 단순히 골프를 즐기는 사람의 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골프장의 수도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중국 골프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 전역에 골프장은 약 800여 개가 있으며 2020년에는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골프재단이 밝힌 2019년 기준 미국의 골프장 당 인구수는 2390명이며 한국의 골프장 당 인구수는 10만 1390명이다. 중국은 골프장 당 인구수가 28만 8622명으로 골프장 시설이 골프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중국에서 골프 발전이 느린 이유, 골프가 녹색 아편이라서?

이렇게 중국에서 골프의 인기가 미약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984년 8월, 중국에서 개장된 최초의 골프장은 당시 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의 해외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지어졌다. 이 당시만 해도 중산층 사이에서 '앉아서 하는 것 중에서 마작, 서서 하는 것 중에는 골프가 제일 재미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골프의 인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골프의 중독성을 강조하며 명명한 '녹색 아편(绿色鸦片)', '부르주아의 방종', '백만장자를 위한 운동'이라며 멀리할 것을 당부한 것처럼, 1995년 공산당 소속 당원들에 대한 청렴 규정을 시작으로 2001년의 세금 상향과 2004년 골프가 농민 이익 침해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며 신규 골프장 건설에 대한 제약을 걸었고, 2013년의 반부패 캠페인 등의 지속적인 규제가 가해졌다. 다만 실제로는 지방정부와 부동산 건설업자가 골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녹지공간, 승마 연습장, 야외 훈련장 등의 이름으로 골프장이 건설됐다. 이로 인해 자연 생태계 파괴, 지하수 부족, 환경오염 심화, 당•정 고위 인사와 개발업자 간 정경 유착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 지시였다. 시진핑 주석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2014년부터 전국 골프장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법규를 위반한 66개 골프장을 폐쇄하였고 이 같은 조치를 지속한 결과, 골프 인구는 30만 명으로 급감했다.


다시 발전하는 중국의 골프

그러나 2016년부터 중국 정부는 그동안 억센 규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6년에 발표한 '중화인민공화국 국가경제사회발전 13차 5개년 계획(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에 따르면, 골프 산업 발전을 위하여 골프장 유지 보수비용 축소, 골프 연습장 수 증가, 표준 골프 코스 수 제한, 골프 소비 한계점 낮추기, 골프 소비자 커뮤니티 확대 등이 있다. 중국은 '혁신, 조화, 녹색, 개방, 공유'와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구현하여 골프 산업 및 레저 스포츠의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풍요로운 사회를 구축하려 한다.

이에따라 3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던 중국의 골프 인구는 2016년부터는 서서히 상승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대중적 스포츠로 인식되며 골프에 대한 관심과 인구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9년도 기준 중국골프산업의 시장규모는 95.2억 위안에 달했다.

한국에는 박세리, 중국에는 펑샨샨(冯珊珊)
 

 중국의 프로 골프 선수 펑샨샨(출처: 구글)


중국에서 골프의 인기를 견인한 것은 비단 정부의 정책만이 아니다. 2016년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중국 여자 골퍼인 펑샨샨(冯珊珊)이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골프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다시 크게 증가했다. 2008년 중국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투어에서 데뷔한 '중국의 박세리' 펑샨샨은 2021년 현재까지 23번의 프로 우승을 경험했다. 또 2017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를 차지한 세계 굴지의 선수다. 

10살이란 나이부터 골프를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그녀를 따라 중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골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펑샨샨은 SG골프와 협력해 중국 광동성에 있는 평샨샨 공작실, 광동성 골프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청소년 골프 보급 사업을 위해 스크린골프 한 대씩을 각각 무상으로 기증하며 골프의 대중화에 힘을 기울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 골프 발전에 있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골프장 및 상업 시설에 대한 비싼 요금, 늦은 골프 상업화, 골프장 건설에 따른 환경오염 등이다. 그러나 한국 골프가 ‘세리 키즈’에 의해 탄탄히 자리 잡은 것처럼 ‘펑샨샨 키즈’를 통한 중국 골프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학생기자 이혜원(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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