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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줬다가 오히려 낭패, 중국의 ‘펑츠(碰瓷)’

[2021-10-22, 06:39:59] 상하이저널

거리를 걷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갑자기 앞에서 걸어오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도와줄 사람은 오직 그 광경을 목격한 당신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명백하다. 그러나 옳은 선택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불러오진 않는 법이다. 도와준 할아버지가 오히려 당신에게 부딪혀 넘어졌다고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한다면? 아무런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당신은 꼼짝없이 배상을 해줘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선 당연한 친절을 베푸는 일 조차도 경계의 대상이다. 자해공갈, 즉 ‘펑츠(碰瓷)’가 중국의 웨이관 문화(围观文化) 형성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해공갈은 왜 ‘펑츠(碰瓷)’라고 불릴까?

펑츠라는 글자를 두 갈래로 뜯어서 살펴보면 부딪힌다는 의미의 펑(碰), 도자기라는 의미의 츠(瓷)가 합쳐져 펑츠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펑츠라는 단어는 북경의 방언으로, 어원은 청나라 말기에 몰락한 귀족들이 가짜 도자기 골동품을 들고 돌아다니며 일부러 마차에 부딪혀 깨지게 한 뒤 변상을 요구한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펑츠는 중국 내에서 ‘사기를 쳐서 남의 것을 빼앗다’, ‘일부러 ~하다’, ‘고의로 시비를 걸다’ 등의 의미로 사용되며, 풍자의 요소로 사용된다.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츠과췬종 짤방(출처: 百度)

펑츠와 웨이관 문화는 ‘츠과췬종(吃瓜群众)', 즉 수박을 먹는 군중이라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와도 함께 자주 사용된다. 네티즌들은 ‘不明真相的吃瓜群众’이라는 글귀와 함께 사진을 붙여 밈을 만들었는데, 이는 어떤 사건이 터진 후 내막이나 전개를 잘 모르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묵묵히 구경만 하는 네티즌을 일컫는 말이다. 사건에 관여하지 않으니 책임지지 않고, 내막을 모르니 멋대로 판단할 일종의 ‘권리’를 지닌 이들은 마치 오늘날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곁에서 그저 방관하는 구경꾼들의 심리와 닮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풍조가 중국 사회 기저에 깔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내 일이 아니면 끼어들어도 손해만 본다”

웨이관 문화의 시발점으로는 ‘펑위 사건’이 꼽힌다. 2006년 난징시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 펑위는 출근길에 한 노파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이 노파는 자신을 밀쳐 쓰러지게 만든 사람으로 도리어 펑위를 지목했고, 그 결과로 청년은 4만 위안(한화 약 678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만 했다. 아직도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크게 화제가 된 이 사건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는 “내 일이 아니면 끼어들어도 손해만 본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살해는 밝은 대낮에 이루어졌지만 돕는 이는 없었다(출처: 微博)

비교적 최근의 사례도 있다. 2019년 11월, 중국 후난성(湖南城) 창사시(长沙市)에서 등교를 하던 9세 소년은 낯선 남성의 습격을 받았다. 거구의 가해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 소년의 위의 올라타 흉기를 휘두르며 목을 졸랐고, 약 30분가량을 폭행당한 소년은 결국 숨지게 되었다. 당시 살해 현장을 목격한 군중 중 일부는 중국의 SNS인 웨이보(微博)에 촬영한 영상을 게시했지만, 이들은 살해 장면을 촬영만 했을 뿐 가해자를 즉각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웨이관 문화(围观文化)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

중국의 웨이관 문화를 비단 남의 일처럼 여길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성인이 청소년의 담배 흡연을 지적했다가 되려 보복 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던 일이다. 이러한 뉴스를 매일같이 듣고 접하는 일반 시민들의 경우 자연스레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웨이관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내에선 방관죄를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제정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형법상 방조는 처벌의 대상이지만, 방관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윤리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비판에 그치지 않고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적용 기준을 일일이 정하기가 어렵고, 예외적인 조항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법인만큼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펑츠로부터 시작된 중국의 웨이관 문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지기는커녕 점점 그 정도가 심해졌다. 이에 중국인의 시민의식이 이 문화의 영향으로 퇴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중국 정부는 2017년 7월 개정된 민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엔 펑츠로 인한 피해자가 무고함을 증명하여 배상 책임을 덜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이상 증명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큰 효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공안부 기자회견의 모습출처: 百度)

뒤이어 2020년 10월, 공안부는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펑츠 범죄에 관한 지침(关于依法办理“碰瓷”违法犯罪案件的指导意见)>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서는 해당 범죄의 정성 처리(定性处理), 사법기관의 부서별 협업, 선전교육의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펑츠’ 범죄를 사기, 보험 사기, 허위소송, 공갈, 절도, 강도, 교통사고 등의 유형으로 분류해 각 죄목의 형벌 기준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웨이관 문화는 비단 중국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 간의 신뢰와 연결된 이 문화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사회의 분위기마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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