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마시는 대부분의 것들이 소화기관을 통해 분해 및 흡수되고, 간에서 대사 되어 우리 몸에서 사용된다. 한약뿐만 아니라 영양제, 음식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거나, 독성 물질이 생성돼 간에 작용하면 ‘간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간 손상은 크게 '직접 독소형 간 손상'과 '과민 반응형 간 손상'으로 나뉜다. 직접 독소형 간 손상의 경우 독소가 포함된 물질을 섭취 후 발생하기 때문에 보고된 많은 케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지만, 과민 반응형 간 손상은 알레르기 반응과 같이 똑같은 물질을 섭취하더라도 특정인에게서만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에 어려움이 있다.
한약, 천연 제품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영양제, 체중 감량 제품, 허브티 등으로 인해 간 손상이 발생한 경우 모두 '허브 유발 간 손상'(Herb-induced liver injury, HILI)의 범주에 속한다. 허브 유발 간 손상은 일반적으로 복용 후 ALS/AST, 빌리루빈 등의 간의 기능과 관련된 수치가 급속도로 상승하며, 급성 또는 만성 간염으로 발전된 경우 권태감,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또한 황달, 급성 간부전, 간경변증의 징후 및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대사 과정 중에서 특정 한약재가 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나 단순히 ‘한약을 먹고 간 손상이 온다’, ‘한약을 먹고 간 수치가 올라간다’ 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하수오(何首乌)라는 약재는 간(肝)과 신(肾)의 정혈(精血)을 보충해 주는 약재로 단일 약물로는 간 손상과 관련돼 가장 많이 보고된 약물 중 하나이다. 또한 동시에, 임상에서뿐만 아니라 흰머리 개선을 위한 모발 보조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수오에 함유된 에모딘(emodin), 피시온(phycion)과 같은 성분들이 간 손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대부분 생(生) 하수오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으며, 복용 중단 및 적극적인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 또한 생하수오가 아닌 하수오를 전통 방식대로 가공해 사용했을 경우 간 독성과 관련된 물질의 함유량이 1/5가량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많은 실험에서 사용되는 에탄올 추출 방식이 아닌 실제 탕약 제조와 비슷한 물 추출방식에서도 관련 물질의 함유량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하(薄荷), 칡뿌리(葛根), 결명자(决明子), 감초(甘草), 시호(柴胡), 천연자(川连子), 대황(大黄), 지골초(鸡骨草), 마황(麻黄) 등의 약초도 간 손상이 보고된 적이 있으나, 대부분 B형 간염 등 만성 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복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복용 중단 및 적극적인 치료 후 증상이 빠르게 개선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를 주의해야 할까?
1.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직접 달이지 말자.
전통 약재는 자연에서 직접 채집하거나, 인터넷 구매 등으로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주변 지인들로부터 'XX 약재가 어디에 좋다더라~'라는 식의 말만 듣고 직접 달여 먹고 간 손상이 발생한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인증받은 기관에서 의사의 처방하에 안전하게 복용하는 것을 권유 드린다.
2. 의료기관이나 인증받은 제품을 복용하자.
약초와 간 독성 관련 연구들을 보다 보면 非인증 제품, 유해 물질 함량 초과 제품, 또는 원산지가 불분명한 제품 등을 장복하거나 과다 복용해 간 손상이 발생한 예를 자주 볼 수 있다. 같은 약재도 복용량이나 약재의 가공 방법에 따라 간에 유익할 수도 유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한 제품을 적절하게 복용해야한다.
3. 간질환이 있는 분, 알코올 중독, 고혈압 약 등 장기간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 후 반드시 주기적으로 간 수치를 체크하면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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