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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 해냄출판사 | 2020.0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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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다
글쓴이는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이자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다. 처음에는 독어독문과 교수가 왜 교육 혁신과 통일 시뮬레이션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의아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독일이 지난 반세기를 통해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반갑고, 미래 생태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행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학부모로서, 이제는 어른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하는 세대로서 교육 혁명에 강력히 동의한다. 책 내용 중 대한민국의 교육을 독일 교육과 비교하며 방향성을 제시한 부분을 소개해 보겠다.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반(反)교육이라고 주장한다. 대학 입시를 위해 살인적인 경쟁을 할 뿐, 우리 교육에는 인권 감수성, 생태 교육, 비판 교육, 성교육 등 근본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없다는 것이다.
첫째, 인권 감수성 교육 부재는 어떻게 나타날까? 한국 사회는 인권 감수성이 모자라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특히 난민, 장애인, 문화적/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 지난 2017년 예멘 난민 500명이 제주에 입국한 적이 있다. 즉시 청와대 게시판에는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민청원이 70만이 넘어섰다. 결국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반면 2015년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고 그 해에만 115만 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중에 발생한 의사 파업은 또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하게 교육받았고, 누구보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의사들이 의사 수를 증가시킨다는 정부의 발표에, 환자 진료와 수술을 미루고 파업을 했다. 대한민국 교육의 결과물이다. 정말 참담했고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다.
두 번째, 비판 교육의 부재이다. 대한민국은 뿌리부터 자리 잡고 있는 봉건적 유교 의식부터 친일파 정치 리더, 군사 쿠데타 대통령 등 명분 없이 얼룩진 현대사까지, 근본적으로 비판 교육 또는 자아 성찰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퇴보와 부조리가 만연해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떤 현대사를 만들었을까?
독일은 68혁명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 과거 독일도 나치 체제하의 만행이 전혀 청산되지 않은 나라였다. 더욱이 패전 직후 폐허가 된 독일은 급속한 경제성장에만 집중하며 사회적 분배구조가 나빠졌다. 하지만 독일은 68혁명을 통해 가장 먼저 치욕적인 과거를 청산했고 복지국가로 거듭났다. 이후 1969년 빌리 브란트는 총리 시절 폴란드 유태인 게토를 방문한 자리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독일은 패전국의 폐허 속에서도 강한 의지로 교육 복지를 관철시킨다. 대학 등록금을 없애고, 대학생에게 생활비를 지급한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비판 교육에 힘썼고 자아가 강한 아이를 키워낸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이 가능했던 국민들의 움직임은 독일을 변화시켰다. 지금 독일은 치열한 경쟁 없이도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김누리 교수가 오랜 연구와 성찰 끝에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낸 주장이 이 시대의 강력한 넛지가 되어,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현실을 바로 진단하고 미래를 행복하게 바꾸는 진짜 어른으로서 연대하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혁명이 시대의 사명임을 공감하는 한 사람으로서, 주입적이고 야수 자본주의로 얼룩진 교육의 한계와 심각성에 대해 이렇게라도 담론화 시켜보고 싶었다. 미국보다 더 비뚤게 미국화된 대한민국을 이대로 둔다면, 1930년대 일찍이 올더스 헉슬리가 상상하며 강력히 비판했던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가 한국 땅에서 실현될까 두렵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
최인옥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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