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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교에는 ‘동물 유랑단’이 산다

[2023-03-05, 15:01:07] 상하이저널

중국 내에서 반려동물을 주택가와 대학교 캠퍼스 내에 유기하는 동물 유기 문제와 이에 따른 '유랑견(流浪狗)'과 같은 유랑동물에 관한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각 중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유기 동물의 개체수 관리를 위한 보호 센터 호송 및 안락사 조치를 시작했지만, 이 방식이 유랑 동물과 관련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논란이 생겼다.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해본다면, 반복되는 동물 유기 문제에 대한 적합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과 동물 유기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1978년 10월 '세계 동물 권리 선언'을 공표했다. 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모든 동물도 삶과 존재할 권리가 있으며, 학대나 잔혹 행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민법 내에서 동물권을 정의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아시아권 국가와는 달리, 여러 유럽 국가와 미국 등에서는 법률을 통하여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을 가진 주체로서 규정하였고, 독일의 경우 연방 법률을 통하여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기도 한다. 

많은 국가에서 반려동물 유기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한국도 2020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유기 행위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맹견을 유기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중국 유기견 보호소의 유기견들(출처: 영한청문(灵寒青文))

그러나 중국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물보호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야생동물 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극소수의 동물에만 보호 대상이 한정되어 있어, 현재까지도 일반 동물 보호는 개인의 도덕적 제약에 의존한 상황이다. 최근, 이 야생동물 보호법을 2022년 12월 30일 제13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 위원회에서 전부 개정했고, 올해 5월부터 시행에 나선다. 그러나 개정 후에도 해당 법이 보호하기로 규정하는 동물은 진귀하고, 멸종 위기이거나 중요한 생태적, 과학적, 사회적 가치가 있는 야생 동물을 가리킨다며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유기 동물의 유랑 현황

오늘날, 동물보호법이 이미 제정된 국가에서도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 반려동물 유기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계비와 사료 비용 상승,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유기가 늘고, 입양 건수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마리의 유기견이 있으며, 특히 중국의 유기견은 그중 5분의 1인 4,000만 마리를 차지하고,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AFP는 2019년 당시 중국 정부가 파악한 유기 동물은 5,000여만 마리이며, 매년 약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 보도를 인용해 밝혔다.
 
 저장대학교 즈진강 캠퍼스의 유랑묘(사진_ 유지호 기자)

중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2주가 지나도 입양되지 않는 유기견은 안락사시킬 수 있다는 관리 규범을 추가했고, 유기견 보호소 운영 방침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규정이 없음에 따라 지방 자체 단체는 각각의 안락사 유보 기한을 정하면서 유기견 개체 수를 관리했다. 지방자치 보호소에서의 이러한 행보를 고려하면, 2019년 이후로도 명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중국에서도 유기 동물 문제는 계속해서 증가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저장대학교 즈진강 캠퍼스의 유랑견과 유랑묘 무리(사진_ 유지호 기자)

대다수의 학생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캠퍼스 내에 공원이나, 생활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중국 대학교의 특성상, 중국의 경우 일반 거주 지역 외에도 대학교 캠퍼스 내에도 동물 유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유기 동물 거주 구역을 중심으로 유기 동물들의 영역 다툼으로 인한 소음, 개체 수의 폭발적인 증가, 유기견이 유기묘나 다른 무리를 물어뜯어 해치는 사건 등의 문제 또한 늘었다. 이에 지방 자체 단체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2020년부터 대대적인 캠퍼스 내 유기견 호송을 진행했고, 많은 유기견이 호송 후 안락사에 처했다.  

동물 유랑단 문제의 해결 방안

유기 동물의 유랑 문제는 규모의 차이일 뿐,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이다. 관련 문제 해결의 관건은 ‘동물 유기 방지 정책'과 ‘기존 개체와의 공존 차원의 대책'으로 나뉜다. 우선 새로 유기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 양육의 모든 단계에서의 규제가 필요하다. 먼저 반려동물 생산과 관련해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 등은 반려동물 생산자에게 번식용 개를 최대 50마리로 제한하고 있고,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판매 문제의 경우, 미국, 영국, 독일 및 유럽 국가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샤오홍슈, 타오바오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차 손쉽게 반려동물을 판매할 수 있는 중국의 상황과는 달리, 반려동물 판매에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소비 측면에서는, 여러 유럽 국가에서 입양 전 교육 의무를 부과하며, 독일에서는 반려견 면허제를 운용하면서 반려견 보유세까지 다양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앞선 사례를 참고하면 사회적인 개념이 자리 잡히기까지는 법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동물 유기와 학대에 대한 동물보호법의 제정 및 확대는 필수적이다.
 

백화점의 협조로 개최된 상하이 입양일 행사(출처: 상하이 입양일 웨이보)

또한 기존의 개체와의 공존하는 방법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유기 동물들의 밥을 챙겨주거나,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흔히 보인다. 그러나 유기 동물들과 생활 거주지에서의 공존을 위해서는, 그들의 개체 수 조절과 보건 위생상 관리가 필요하다. 주기적인 유랑동물들의 중성화, 예방 접종과 무리별 거주지 분리 등의 관리를 통하여, 대학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과 유기 동물의 공존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존을 위해서는 동물 입양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 44개 도시에서 활동 중인 동물보호단체 ‘입양일(领养日)’은 온라인에서는 웨이보나 위챗을 통해 유기 동물 입양가정을 찾는 활동을 하고, 오프라인으로는 각 도시의 대형 광장에서 입양 행사를 여는 식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국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있다. ‘상하이 입양일’이 공개된 수치에 따르면, 상하이 입양일은 2017년 설립 이후 2년간 평균 매주 6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 보낸 성과를 이룬 바 있다.

앞으로 중국에서 동물보호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여 ‘동물 유기의 단절’을, 적절한 관리와 유기 동물 입양의 대중화를 통한 ‘유기 동물과의 공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향후 중국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대처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유지호(저장대 광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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