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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주민위원회에서 나눠주는 ‘단체복’ 받으셨나요

[2023-09-29, 07:14:54] 상하이저널
[사진= 중국인들이 오토바이를 탈 때 햇빛차단용으로 가장 많이 입는 국민후드]
[사진= 중국인들이 오토바이를 탈 때 햇빛차단용으로 가장 많이 입는 국민후드]

자전거가 중국인들을 대표하는 이동수단이라면, 중국인을 대표하는 옷은 햇빛 차단용 회색 후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상하이 도로 속 자전거, 오토바이를 탄사람들을 들여다보면 많은 중국인들이 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여자들은 흰 피부가 美의 기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햇빛 가림용으로 이 옷을 입는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얀 피부에 대한 사랑이 참 유난스럽다고도 멋대로 판단했다. 하지만 내가 출근할 때 교통수단이 전기 오토바이가 된 순간, 이 옷이 생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토바이를 출근용으로 이용하면, 따가운 햇볕 때문에 10분만 지나면 팔과 손등이 붉게 타 있었다.

그래서 60위안을 주고, 이 옷을 사게 되었다. 흰색은 때가 잘 탈 것 같았고, 검은색은 더울 것 같았기에 회색을 자연스럽게 골랐다. 중국인들도 그래서 회색을 많이 입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면 정말 햇빛에 그을리지 않았지만, 신호 대기중에 주위를 둘러보면 난 영락없이 이 중국사회에 속한 중국인 같았다. 

어느 날 이 옷을 입고 약속장소를 갔을 때 친구는 한참동안 나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깔깔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야! 너 옷 때문에 중국인인 줄 알았어! 한참 찾았잖아. 완전 중국인 다 되었네?” 나는 “이 옷 주민위원회에서 나눠주는 단체복인데, 너 못 받았어?”라고 답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길거리에서 깔깔대다 카페에 들어갔다. 

내가 회색후드를 벗으니 안에는 마르디 티셔츠가 있었고 내친구는 한번 더 깔깔 웃었다. 친구도 그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말했다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옷 입고 왔네”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는 반팔 티셔츠가 있는데, 바로 이 마르디 티셔츠이다. 
 

많은 한국 여자들이 입고 다녀서 인터넷에는 ‘마르디 티셔츠는 동사무소에서 뿌려? 하루에 10명은 넘게 본 것 같아’라는 개그가 있을 정도이다.  

한국에서 이 티셔츠가 유행한 이유는 플랫폼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중국 플랫폼은 주로 알고리즘으로 제품을 고객의 취향을 분석 후 추천하는 방식이지만, 한국의 플랫폼은 판매순위를 보여주는 방식의 순위추천 플랫폼이 패션시장에서 주를 이룬다. 

나 또한 이 티셔츠가 판매순위가 높았기 때문에 무난하면서 유행에 너무 뒤떨어지지 않아 구매했다. 지금 막상 글을 쓰고 나니 한국에서 이러한 순위 추천방식의 플랫폼이 인기인 것은 너무 튀지도, 뒤떨어지지도 않는 한국스러움이 플랫폼에 녹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도 한국 동사무소에서 뿌린 마르디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중국 주민위원회에서 교부해준 회색 후드를 걸쳐 입고,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한다. 

한국에서 살았던 20대까지는 남들과 같아지는 것이 두려웠지만, 상하이에 살고 있는 나의 30대 끝자락엔 어쩌면 사회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옷에서 드러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해외 교민으로 상하이에 살아가는 날이 길어질수록, 남들과 똑같아지는 두려움과 소속감 이 두가지 양가적 감정을 가진 채 지내는 상하이의 날들이 오늘도 지나간다.  

성신여(ssy.sh.c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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