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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12] 생각에 관한 생각

[2023-10-06, 05:52:53] 상하이저널
대니얼 카너먼 | 김영사 | 2018년 3월
대니얼 카너먼 | 김영사 | 2018년 3월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 교수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심리학자로서는 처음 수상한 이변을 낳은 사람이며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의 오류가 제한적 합리성을 갖게 되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 행동이 경제적인 부분까지 연계되는,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허무는 논리를 내세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의 사고 체계가 시스템1과 시스템2로 나뉘어 있다는 내용이다. 
시스템 1은 일상의 사건 처리에 매우 뛰어나고 낯익은 상황에 대한 반응은 민첩하고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시스템1은 특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갖고 있는데 바로 편향이다. 자아가 고갈된 상황에서 직관적 오류를 빈번하게 일으키기가 쉽다.
시스템2는 시스템 1에 비해 느리게 사고하고 게으르게 사고한다. 자기감시 능력이 있고 지적으로 적극적이면서 피상적인 대답에 만족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직관을 자주 의심한다. 즉 더 합리적인 사고체계다.
 
편향된 사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이 책에는 많은 실험 예시들이 등장한다. 뉴욕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다섯 장의 늙음을 연상시키는 단어 카드를 주고 문장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늙었다는 단어가 주는 연상작용으로 인해 무의식 상태에서 천천히 걷는 행동을 점화시킴으로써 생각에 의해서 행동이 영향을 받는 ‘관념운동 효과’를 만들어 냈다.

또한 ‘인지적 편안함’에서는 직관을 신뢰하게 되어 생각과 기억을 착각하게 만든다. 단순 노출효과만으로 거짓을 믿게 할 수 있고, 낯익음을 통해 진실과 쉽게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 마케팅에서도 쉽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분명 매우 자주 반복되는 걸 믿는 경향을 보이므로 그것을 반드시 재고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모세는 동물들을 종류별로 몇 마리씩 방주에 태웠을까?’라는 질문에 문제점을 감지한 사람은 매우 적다. 이 질문에는 ‘모세의 착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왜냐하면 모세는 단 한 마리의 동물도 태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을 방주에 태운 것은 노아이다.
 
주로 이 책은 시스템 1의 직관적인 편향된 사고와 인지적 편안함의 착각 오류, 낙관적 편향의 확증과 과신을 다룸으로써 시스템1의 사고를 많이 지적하는 듯 보였다. 나 또한 시스템1의 사고가 많은 직관적인 사람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자극이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 중소 기업이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35퍼센트에 불과한데도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자신이 세운 기업의 성공률을 60퍼센트라고 믿고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내가 30대에 한국에서 넘쳐나는 직관과 과신으로 미술학원을 개업하고 일 년 반 만에 실패했던 일이 떠올려졌다. 그리고 저자가 책 마무리에 내놓은 전망이론처럼 사람들은 특혜를 갖는 것보다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심리가 더 크다는 점이 무척 쉽게 이해되었다.
 
그럼 내가 미술학원 사업에 도전했던 것은 잘못일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파고들 때쯤,
“사람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행복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무시하고, 자기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복 개념도 옹호하기 어렵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두 자아의 행복이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위로가 되었다.

또한 “시스템1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잘못이 나오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옳은 일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옳은 일을 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정기적으로 시스템1의 인도를 받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적절하고 합리적이다”라는 말로 한 번 더 저자는 시스템1의 자아를 격려해 주었다.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다 읽었지만 내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고작 단 한 가지였다. 난 나를 더 많이 끌고 가는 시스템1의 사고에 끌려다니며 직관적인 생각을 남용했고 신중하고 느리게 생각하는 이성적 사람들의 게으른 사고를 너무 가볍게 보았다는 점이다. 본능에 충실하며 게으르고 나태하게 생각을 요리하지 않고 통째로 먹었던 내가 어쩌면 생각에 탈이 났던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독후감 기회를 빌미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 것이 참 감사하다. 이제 50을 바라보며 보다 지혜롭고 보다 올바르게 생각을 이끄는 여생을 살아가길 기대해본다.

은명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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