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사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원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이다. 위안화가 올라야 우리는 더 많은 한국돈을 받게 된다. 1위안를 팔아 180원을 받는 것보다 190원을 받는 게 좋으니까. 비싸게 팔려면 위안화 가치가 올라야 한다.
한국에서 돈을 가지고 와야 하는 사람들은 위안화가 내려야 좋다. 1위안을 사기 위해 190원을 내는 것보다 180원을 내는 것이 좋다. 싸게 사려면 위안화가 내려야 한다. 이렇게 환율은 입장에 따라 다르다.
정작 원화와 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달러이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가 오르냐 내리냐에 따라서 위안화 대 원화 환율도 결정된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가 약세로 간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도 약세로 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1달러를 사기 위해 6위안을 주다가 지금은 7위안을 줘야 한다고 하자. 위안화가 내렸다고 느낀지만 달러에 대한 원화도 내렸다. 내가 7위안을 주고 산 1달러를 한국에서 1,200원에 팔다가 지금 1,400원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위안화가 내렸다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원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6위안을 주고 1,200원을 받나 7위안을 주고 1,400원을 받냐 환율은 동일하다.
언제부터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통화가 위안화로 대신 사용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경제는 헤어질 수 없는 연인같다. 한국과 중국 수출입은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원화와 위안화에 절대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달러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수출입으로 먹고 사는 나라의 숙명이다.
지난 5월 미중 갈등이 심화될 때 원화 가치가 크게 내려갔다.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위안화보다 원화가 더 큰 폭으로 내려갔다. 한국의 GDP하락과 북핵 리스크 등 안 좋은 재료가 나오면서 원화는 하락했다.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한 한국경제는 대외 여건에 취약하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을 부상했고 중국은 한국 부품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 중 산업구조가 밸류체인으로 묶이면서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가 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하필 우리나라 원화는 위안화에 연동되어 있을까? 원화가 위안화 대신 외환 시장에서 쓰이는 이유는 중국보다 자본유출입이 쉬워서이다. 중국은 정부에서 외환 유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자율에 맡긴다. 위안화를 가지고 있다가 환율이 변동하면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 보통 미리 환헷지를 걸어 놓는다. 환율이 올라도 내려도 손해는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거래하면서 미래 환율까지 정해 놓으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거래를 헷지라고 한다. 환율을 헷지하니 환헷지라고 부른다. 위안화를 거래하면 위안화로 환헷지를 하면 되는데 원화로 환헷지를 한다. 이래서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라고 하는 것이다. 왜 원화로 할까? 위안화로 환율을 잡아놓기 힘드니까 손쉬운 원화로 한다.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파생상품을 통해 위안화 환위험을 헷지한다. 주로 중국 채권 투자자들이 선물환거래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거래로 환율 리스크를 헷지한다. 위안화로 헷지하는 것보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화로 헷지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원화가 위안화보다 정책 리스크가 적다는 면에서 원화 헷지를 늘린다. 위안화는 정부 개입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원화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최근 위안화가 달러에 비해 내려가는 것에 비해서 원화가 잘 버티고 있다. 원화가 힘이 있어진걸까? 한중 무역 감소로 중국에서 받는 영향력이 줄은 이유도 있고 나름 우리나라 경제가 체력이 생긴 것과 한국 정부의 미세한 개입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한 중 경제연결도가 지금보다 느슨해지고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한다면 원, 위안화 동조화는 약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지금보다 강해지면서 원화가 힘을 가지게 되면 윈, 위안화 동조화도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쓰이는 것도 줄 수 있다. 우리 헤어질 수 있을까? 이건 우리나라 경제력과 경쟁력이 결정할 것이다.
제갈현욱(우리은행 상하이 금수강남지점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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