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호흡기 질병의 집중 유행으로 3급 병원이 극도로 압박을 받은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유연한 도시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중국 양대 감염병 권위자 장원홍(张文宏) 국가전염병의료센터 주임이 현 중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23일 차이신(财新)은 22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14기 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장원홍 주임이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은 북부지역에서 남부지역까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아데노바이러스, 독감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여러 종류의 호흡기 질병이 동시 유행하면서 종합병원 응급실, 특히 아동병원 진료 환자 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질병통제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6일까지 한 주간 전국 독감 환자 수는 지난 10년간 같은 기간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베이징 양대 아동병원인 베이징 아동병원, 수도소아과연구소의 발열 진료소를 찾은 환자 수는 11월 하루 평균 1000명을 웃돌았고 다수 의사와 보호자들은 의료 자원이 크게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장원홍은 “중국은 현재 지역 커뮤니티(社区) 병원, 2급 병원, 3급 병원으로 나뉘는 3등급 의료 체계를 갖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 시스템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1차 의료기관과 상급 병원의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고 환자 자체도 가장 좋은 병원을 선택해 몰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호흡기 질병 대유행 시기 관련 당국은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커뮤니티 등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볼 것을 강력 권고했지만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24일까지 1차 의료기관을 찾은 호흡기 질병 환자 수는 전국 의료기관 진료 수의 절반도 못 미치는 40%에 그쳤다.
각종 호흡기 질병 환자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11월 22일 베이징 아동병원, 수도아동연구소, 베이징대 제1병원 산부인과 아동병원 등은 진료 대기 시간이 10시간을 넘는 등 어린이 환자가 넘쳐났지만, 같은 시간 지역 커뮤니티 위생서비스센터는 텅 비었다.
장원홍은 “등급별 진료 시스템의 부족 외에도 1차 의료기관의 처리 능력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은 3급 병원 역량을 대폭 강화해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앞으로는 이 역량을 1차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3급 병원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유연한 도시 공중 보건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우수한 의료 자원을 내려보내고 현 3등급 의료 체계를 실질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를 실현한다면 적은 투입으로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미래의 겨울은 모두가 병원 입원을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고 진료를 보는 데 붐비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화산(华山)병원까지 갈 필요 없이 주변 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그때가 우리의 의료 시스템이 진정으로 정상화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