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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아리랑이 울려퍼진 벨기에 앤트워프의 성당

[2024-03-29, 05:30:02] 상하이저널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우리만 해도 중국어와 영어로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모든 이와 소통할 수 있고 우리의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값진 언어이다.

중국 춘절 연휴를 맞아 특별한 여행이 이루어졌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아이들로 모인 상하이한인청소년오케스트라 아이들이 각자의 악기를 매고 유럽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생들도 아니지만, 자신이 들고 있는 악기를 사랑하고 함께 모여서 연주하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들이다. 한번도 만나보지도 못한 이 아이들을 초대해준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 앤트워프로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떨리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함께 떠나기로 한 나는 엄마의 마음이어서 인지 바이올린을 매고 비행기에 오르는 아이에 대한 기대와 함께 과연 우리 아이들의 공연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공연에 앞서 현지 선생님들을 만나 워크샵을 가졌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의 레슨은 살짝 긴장되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이들 얼굴에 역력했던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감은 금새 사라지고 선생님과 악기에 집중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이 또한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간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다음날 우리아이들이 공연하게 되는 장소는 벨기에 앤트워프의 성바울성당(Sint-Pauluskerk)이었다. 화가 루벤스의 작품이 전시된 이 곳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첫 곡으로 연주된 곡은 ‘아리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K-POP이 유행하고 그로 인해 한국이 많이 알려진 것도 사실이지만,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변한다 해도 한국인의 오래된 정서와 감정이 담긴 아리랑 연주는 모두에게 인상깊었을 것이다. 얇고 고요하게 멜로디를 연주한 현악기의 소리와 묵직하고 굵은 소리로 은은하게 울려 펴진 관악기의 울림은 그곳에 모인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혹여나 아이들이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연주를 보면서도 이 낯선 유럽의 도시에서 아리랑이 연주된 다는 사실만으로도 뭉클했다. 

하루 전날 만나 리허설을 진행하고 연주를 이끌어 주신 현지 지휘자 선생님이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아리랑을 어떻게 만들어 가실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아이들의 연주에 귀 기울여 주시고 아이들의 연주를 최대한 존중해 주시면서 지휘를 하시는 모습 또한 감사했고 인상적이었다.  성당 홈페이지에 상하이에서 온 한국아이들의 앙상블 공연을 알리는 홍보를 올려 주셨고, 성당 앞을 지나가는 길에 연주 소리를 듣고 자연스레 들어와 자리를 잡는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연주는 더욱 풍성하게 이루어졌다.  

프로들의 연주도, 비싼 돈을 주고 볼 수 있는 공연도 아닌, 단지 음악과 악기를 사랑하는 한국 청소년들이 모여 연주하는 자리를 찾아주고 아끼지 않는 박수를 보내주는 그들의 모습 또한 감사하고 뭉클했다. 언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소통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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