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방학 시즌이 되었다. 국제학교를 시작으로 한 달 내에 모든 학교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올 해 6월은 예년과는 달리 아직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여름방학이라는 단어가 체감되지는 않지만, 학교들은 이미 학기말 분위기로 들떠 있다.
학창시절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바로 여름방학을 코 앞에 둔 이 시기였다. 여름방학이 되면 가족여행도 갈 수 있었고, 외할머니댁에서 오래 머무를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학업에 대한 고충이 많지 않은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는 여름방학 특강 계획보다는 친구들과 수영장으로 극장으로 대형서점으로 놀러 다닐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입장으로서 이 시기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전혀 다르다. 아이들을 데리고 2달간의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지지고 볶고 할 일들이 걱정이었다면,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이 방학에 어떤 학원을 얼마나 보내야 할지가 고민이고 걱정이다.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만큼 부모로서 아이들을 지원해줄 시간적 제정적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선택지가 많아도 고민이고 적어도 고민이다.
상하이의 여름방학은 비어있음을 뜻하는 단어인 바캉스(vacances)가 여실히 느껴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빠들은 엄마들과는 또 다른 시기를 맞이하기 된다. 방학이 없는 아빠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홀로된 아빠들은 한인타운 식당과 반찬가게의 도움으로 두 달을 견디곤 한다. 가족없이 지내는 한가한 시간이기도 할 것이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은 또 조금 다르다.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학기말을 보내는 아이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이별을 겪게 된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에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이 시기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한국의 재미있는 문화들과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학원일정을 조율하느라 고민하는 엄마들과는 동상이몽이다.
각자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여름방학을 틈타 출국하려고 하는 이유는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다는 것은 모두 핑계고, 상하이의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 때문일 수도 있다. 10년이 넘게 상하이에 살아오면서 이제는 내 몸이 상하이의 기후에 완전히 익숙해졌을텐데도, 상하이의 무더위를 겪을때마다 불평섞인 말을 내뱉게 된다. 그러기에 여름방학처럼 긴 기간은 기필코 어디로든 떠나서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도 엄마도 또 아빠도 각자의 쉼을 가질 수 있는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떠나는 가방은 비어있을 것이고, 돌아오는 가방은 가득찰 것이다. 잠시 떠나 있는 동안에도 상하이는 안녕하기를 바라며 여행짐을 챙겨본다.
에리제를 위하여(khe3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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