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에 태풍이 지나간 상하이는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서 등산을 떠나는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만들지만, 목적지인 닝보의 쓰밍산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아줄지 알 수 없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스쳐 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감탄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멋진 쓰밍산(四明山)을 찾아갔다.
쓰밍산 산림공원(四明山森林公园)
쓰밍산 산림공원은 산책로도 잘 되어 있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 산뜻함과 시원한 바람때문에 더위를 잊고 산책하기에 좋았다. 시원한 호숫물에 발을 담그고 유유자적 흘러가는 하얀 구름을 보면서,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쐬고, 오순도순 정답게 수다를 떨면서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을 한 입 가득 먹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계획은 산림 공원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지질공원으로 옮겨 가서 여유있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산림공원을 산책하고 버스를 타기위해 나왔을 때, 출구에서 왼쪽으로 약간 내려가니 ‘쓰밍산 천리국가등산로(四明山千里国家登山步道)’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 길로 내려가면 천리를 간다는 것인지, 길 이름이 천리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모퉁이로 돌아가는 오솔길이 마음에 들어서 지질공원을 포기하고, 그 길을 따라서 가보기로 결정했다.
이토록 멋진 산길이라니
걷는 동안 너무도 즐거워서 여름날의 산행이 이렇게 시원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흘러가는 하얀 구름, 시원한 폭포와 아름다운 풍경, 에메랄드 빛 호수와 중간중간 넘어가야 하는 징검다리와 나무 다리까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예쁜지는 산길을 걸어야만 알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하얀 구름이 몰려와서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의 노랫소리가 발걸음도 가볍게 흥을 더해주고, 멋진 나무들이 그늘에서 쉬엄쉬엄 가라 한다. 하늘과 구름과 땅을 보면서 걷는 산길이 너무 좋아서 오래도록 멀리까지 걷고 싶은 길이다.
천리국가등산로 걷다보면 중간에 넘어가야 하는 여러 개의 다양한 나무다리를 만나게 된다. 더 멀리 더 높이 가고 싶어서 대책 없이 걸어가는 방랑객을 위해서 누군가가 길손의 안전을 염려해서 정성으로 만들었을 다리를 건너면서 외딴곳에 숨어있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통로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시간을 쪼개서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깨끗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그 상쾌하고 시원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산속에 숨어있는 에메랄드 빛의 맑은 호수를 보면서 동요를 불러본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는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디서나 물을 사서 마시고, 깊은 산속에 가면서도 배낭 가득 물을 짊어지고 힘들게 가게 된다. 눈 앞에 있는 맑고 맑은 물은 산토끼에게 양보하고,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만이라도 영원히 유지되기를 바라본다.
쓰밍산 지질공원을 대신해서 선택한 쓰밍산 천리국가등산로를 걸었던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다시 간다면 선뜻 도전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길이고, 우연찮게 마주친 길이라서 걸을 수 있었다. 천리길의 시작점은 산림공원 근처이고 종착점은 탕시(千年古村棠溪)라는 곳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군데군데 표지판은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고, 단 한 개의 화장실도 없고, 그 길을 벗어나서 갈 수 있는 샛길도 없었다. 오로지 자연을 벗삼아 끝까지 홀로 완주해야 하는 험난한 산길이었다.
쓰밍산 가는 방법
홍차오역(上海虹桥火车站)에서 6시 36분에 출발해서 위야오북역(余姚北站)역에 8시 25분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위야오시정부 버스정류장(余姚市政府公交站)까지 가서, 9시에 출발하는 E02 버스를 탔다. 1시간 30분후에 쓰밍산 종점에서 내려서 635번 버스를 타고 산림공원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홍차오역(虹桥火车站)-위야오북(余姚北): 1시간 49분 소요
•기차요금: 98元
•버스요금: 5元
닝보 쓰밍산 산림공원(四明山森林公园)
•입장료: 50元
•주소: 浙江省宁波市余姚市四明山镇甘竹岭甘油线
정은희
상하이산악회 단체방을 운영하며 매주 상하이 인근 산행을 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상하이리포터, 한국컬러앤드패션트렌드센터(CFT) 패션애널리스트, 상하이 <좋은아침> 기자로 활동했다. (wechat ID golo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