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수 언론이 “한국 여성은 나라가 없다”는 한겨레신문 보도 제목을 인용해 딥페이크 성범죄가 한국 여성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한국 여성이 중국 SNS에 관련 피해를 중국어로 번역해 중국 누리꾼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환구시보(环球时报)는 ‘한국 여성의 분노 “우리는 나라가 없다”’는 제목의 한국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기사를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다시 발생했다고 소개하면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가 초·중·고교 학생, 대학생, 군인, 병원 등 다양한 집단의 여성을 피해자로 양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딥페이크 성범죄는 N번방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군, 여교사, 여간호사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텔레그램(telegram) 등 메신저에 ‘여교사방’, ‘간호사방’, ‘여군방’과 같은 그룹방이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급기야 여성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방’, ‘근친방’ 등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한국에서 서울대학교 학생 12명을 포함한 6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가 큰 논란이 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흥 범죄는 성인을 비롯한 초·중·고 미성년자 그룹까지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8월 25일까지 총 2154명의 딥페이크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으며 올해만 781명으로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피해자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근 4년간 한국에 입건된 피해자 가운데 70.5%에 달하는 325명이 10대 청소년으로 확인됐다는 통계도 소개했다. 이어 한국 교원단체총연합회를 인용해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전국 약 200여 학교가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집단 성폭력 가담자가 22만 명에 달한다는 한국 여성민우회의 보고서도 소개했다. 신문은 텔레그램 그룹방에 지인의 사진을 업로드한 뒤 비용을 지불하면 5초 만에 딥페이크로 생성된 나체 합성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해당 그룹방 참여 인원이 22만 70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여성은 여성을 겨 냥한 범죄와 폭력을 처벌, 예방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간다”면서 “이는 일상생활의 안전을 잃고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다”는 민우회 보고서의 비판도 인용했다.
이 같은 한국 여성의 분노는 중국 SNS까지 퍼졌다. 29일 신민주간(新民周刊)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에 여러 한국 여성이 중국 온라인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자신을 18세 한국 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개인 웨이보(微博)에 “한국에서 N번방 사건이 터졌을 때 가해자들은 거의 체포되지도 않고 이들의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도 조용히 지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 여성이 이 사건을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한국 여성도 개인 웨이보에 “한국의 딥페이크 문제는 매우 심각해 피해 여성이 얼마나 많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여성은 노력하고 있으나 나라가 듣지 않는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며 한국 사회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은 “이 글을 X, 인스타그램 등에 널리 퍼뜨릴 것”, “몸조심하고 안전하길 바란다”, “이는 한국 여성만의 위기가 아닌 모든 여성의 위기다”, “중국도 딥페이크로 인한 피해가 많다”, “오죽하면 중국 SNS까지 와서 이처럼 호소할까”라며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