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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징'을 걷다

[2024-11-21, 07:05:56] 상하이저널
특별한 문화기행 ‘길 위의 인문학 4’ 진행

[사진=중산릉]

상해흥사단이 주최하고 HERO역사연구회가 후원하는 문화기행 ‘길 위의 인문학’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장쑤성 난징(南京)에서 진행됐다.

네 번째를 맞는 이번 여정에서는 처음으로 우시(无锡)에서 참가한 교민들과 우시백범스카우트 대원들 그리고 10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약속을 이어 올해 다시 개교한 동명아카데미 학생들이 동행하여 행사에 더 큰 의미를 보태주었다. 

이번 난징기행은 초∙중∙고∙대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가슴 아픈 흔적과 기억을 직접 마주하며 공분하였고, 대한민국 독립전쟁의 생생한 기록들을 살펴보며 민족 정체성과 자부심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부자묘]

첫날 저녁 방문한 부자묘(夫子庙)는 난징에서 공자를 모신 사당으로 맞은편에 과거시험장인 강남공원(江南贡院)이 위치하고 있다. 그 옆에 흐르는 진회하(秦淮河)의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회청교(淮淸桥)가 보인다. 백범 김구 선생의 은둔지였던 회청교는 난징에 머물며 독립운동의 대전환점을 마련하고자 애썼던 백범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의미 깊은 장소다. 다리 위에 서서 그가 느꼈을 고뇌와 결단을 되새기며 참가자들은 선열들의 용기와 헌신을 다시 한 번 가슴 속에 깊이 새겼다.

[사진=사전만 천주교 성당]

둘째 날 방문한 사전만(丝转湾)의 천주당은 100년 전 동명학원(东明学院)이 터를 잡았던 장소 중 하나이다. 도산 선생이 1924년 난징에서 개교한 동명학원은 한국 청년들이 민족의식을 깨우치며 자주독립의 꿈을 키웠던 곳으로 민족부흥의 강렬한 의지와 희망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마침 둘째 날인 11월 9일이 도산 선생의 탄신 146주년이라 참가자들은 더욱 그날의 위대한 여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상해뿐만 아니라 난징, 항주 등 화동 지역에서 모인 동명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100년의 약속을 2024년 동명아카데미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명양가(鸣羊街)의 우원(愚园)은 정원 주인의 성을 따 호가화원(胡家花园)이라고도 불리는데 약산 김원봉 선생을 비롯한 의열단 단원들이 난징에서 거주했던 곳이다. 백범과 도산의 흔적에 이어 약산의 흔적을 발견한 참가자들은 이곳 난징에 깃든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더욱 숙연해지며 잊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리었다.

이번 기행은 보다 다채로운 문화, 역사체험을 위해 여러 박물관도 함께 돌아보았다. 난징대학살기념관은 중일전쟁 당시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에서 일어났던 잔혹한 학살을 기록한 기념관으로, 역사의 아픔과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을 둘러보는 동안 참가자들은 인류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비극을 눈앞에서 체감하며 또 한 번 숙연해졌다. 참가자들은 특히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고, 역사 속에서 서로의 고통을 공감하는 마음을 확인했다.

[사진=이제항 위안소 유적 진열관]

난징대학살기념관 분관 이제항(利济港)위안소 유적 진열관은 고 박영심 할머님이 피해 사실을 직접 증언하여 보존이 결정된 진열관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절규를 그대로 담고 있어 일본군에 의해 고통받았던 당시 여성들의 아픔이 여전히 전해오는 듯 가슴 먹먹한 현장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아픈 역사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육조 박물관]

진열관과 멀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육조(六朝) 박물관은 중화민국 훨씬 이전 3세기부터 여섯 왕조의 수도였던 난징을 중심으로 육조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박물관의 공식 영문 명칭인 ‘The Oriental Metropolitan Museum’에서 알 수 있듯이 육조시대 가장 번화했던 고도(古都) 난징의 면면의 살펴볼 수 있었다. 지하의 전시관부터 참관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난징의 당시 이름을 딴 건강성(建康城) 유적을 통해 육조의 건축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어서 당시 사람들의 의식주를 담아낸 전시품들과 그들의 미감을 엿볼 수 있는 도자기 작품들을 토대로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육조문화에 젖어 드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방문한 중산릉(中山陵)은 중국 신해혁명의 주역이었던 쑨원(孙文) 선생의 무덤으로, 중국 현대사에 큰 의미가 부여되는 장소다. 중산(中山) 쑨원 선생의 무덤에 임금의 무덤을 뜻하는 ‘릉(陵)’을 붙인 것을 보면 중국 내 쑨원 선생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쑨원 선생의 애국애족 혼이 깃든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다시금 학습하였고 특히 독립과 혁명의 의미를 생각하며 두 나라의 관계와 그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사진=조선혁명군사정치학교 옛터 '천녕사']

중산릉에 이어 이번 기행의 마지막 방문지였던 천녕사(天宁寺)는 의열단의 조선혁명군사정치학교가 있었던 역사적인 현장이다. 이미 폐허가 된 천녕사는 아쉽게도 접근이 제한되어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고즈넉한 교외의 풍경 속에서 참가자들은 이육사, 정율성 등 이곳을 거쳐간 의열단원들의 용기와 헌신을 또 한 번 기억에 새겼다. 마침 이날 11월 10일이 의열단 창립 105주년으로, 마지막 의열단원으로 알려진 김시현 지사의 격동적 삶과 이념의 굴레로 인해 남과 북에서 모두 외면당한 이들의 아픈 역사를 듣게 되었다.

이번 ‘길 위의 인문학’ 문화기행을 통해 참가자들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그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싸운 선열들의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상해흥사단은 도산탄신일, 의열단 창설일 등 뜻 깊은 날에 그 역사의 현장에서 한국 청년과 교민들에게 잊지 못할 배움과 감동을 나누며,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고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는 가교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박종성(상해흥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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