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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롤드컵 우승컵은 한국의 품으로

[2024-11-14, 20:49:04] 상하이저널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전 세계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이번 대회는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펼쳐지며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손흥민, 방탄소년단 (BTS)에 뒤지지 않는 명성과 인기를 자랑하는 한국인 페이커(이상혁)는 끈질긴 라이벌 중국과의 치열한 결승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통산 다섯 번째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페이커가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양국 팬들은 물론 전 세계 롤 팬들이 환호하며 한 시즌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즐겼다. 

 
[사진=2024 롤드컵 챔피언십 마크(출처: LOL e스포츠 홈페이지)]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흔히 롤(LOL)로 불리는 이 게임은 5대 5팀 전투를 통해 상대 기지를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9년 미국의 라이엇게임즈에서 출시된 이후 현재 매달 1억 명 이상의 사용자가 즐기는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이 게임의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롤드컵에는 전 세계 여덟 개 주요 지역 (한국, 중국, 유럽, 북미, 아시아, 베트남, 브라질, 라틴 아메리카)에서 선발된 최정상 팀들만이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특히 한국은 역대 14회 롤드컵 중 무려 9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e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서 증명해 왔다. 올해 역시 한국팀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왕좌를 지키며 세계 팬들에게 한국 e스포츠의 저력을 각인시켰다. 

올해 롤드컵은 플레이-인 스테이지 (8강), 스위스 스테이지 (4강), 토너먼트 스테이지 (결승) 이렇게 세 단계로 구성되었다. ‘MAKE THEM BELIEVE’라는 슬로건을 주제로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를 대표하는 T1, 젠지, 한화생명 등의 팀들은 한국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유럽으로 향했다. 유럽에서 롤드컵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2015년, 2019년, 2021년에 이어 올해 영국 런던까지 벌써 4번째다. O2 아레나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 실내 경기장으로 UFC 메인이벤트 혹은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의 콘서트 장소로 애용될 만큼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픈했던 롤드컵 결승전 예매는 14,5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전 세계의 팬들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유럽으로 모인 것이다. 또 시청자 집계 사이트 e 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T1과 BLG의 결승 실시간 시청자 수는 약 1억 명에 달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哔哩哔哩)의 시청자 수 약 4억 명까지 더하면 5억 명을 훌쩍 넘긴 셈이다. 최고 동시 시청자 수 역시 롤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약 694만 명을 기록했다. 

더 이상의 증명이 불필요해진 한국의 T1 

[사진=T1 롤드컵 단체 사진(출처: T1 인스타그램)]

사실 이번 롤드컵 시작 전 T1의 우승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LCK(라이엇 코리아) 서머 정규 시즌 T1은 잇따른 부진으로 11승 6패를 기록했고, 롤드컵 진출전에서도 역대 가장 낮은 순위로 힘겹게 롤드컵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스위스 스테이지가 열린 첫 경기에서 TES 팀에게 패배하며 우려는 현실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에서 T1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규 시즌과는 다른 ‘명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T1은 3번째 경기에서 만난 LPL 1번 시드인 BLG 중국팀을 잡아내면서 승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2024 롤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힌 젠지팀은 명성에 걸맞게 스위스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통과하며 순조롭게 나아갔다. 젠지는 국내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상을 지켜왔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팬들 사이에서 ‘롤드컵 악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젠지는 이번 롤드컵에서야말로 오랜 악연을 청산하고 진정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의지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마주하게 된 상대는 다름 아닌 숙적 T1이었다. 두 팀은 오랜 시간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으나, 최근 T1은 국내 대회에서 젠지에게 10연패하며 한동안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준결승전에서 T1은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연패의 고리를 끊어내며 팬들에게 통쾌한 승리를 안겼다. 결국 젠지는 T1이라는 거대한 상대 앞에 롤드컵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강의 자리를 향한 한국과 중국의 대결
 
[사진=우승컵을 들어 올린 T1(출처: 라이엇 게임즈)]

BLG는 중국 리그(LPL)를 제패하고 롤드컵에 진출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LCK 팀들이 가장 경계하는 팀으로 떠올랐다. 창단 이래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BLG였지만, 올해는 중국 국적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LPL 최초의 팀으로서 의미를 더하며 자국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수년간 롤드컵에서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으며, 이번 2024시즌에서는 T1과 BLG의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양 팀 간의 대결이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됐다. T1은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운영과 세심한 플레이에 강점을 두었고, BLG는 공격적인 전략과 빠른 템포로 경기를 주도하며 강력한 한타 실력을 무기로 삼았다. 이에 따라 결승전에서 펼쳐진 T1과 BLG 두 팀의 맞대결은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혔다. 또한 페이커는 경기 내내 뛰어난 운영 능력과 침착한 대응으로 T1의 전략적 장점을 극대화하며, 한국팀의 위상을 높였다. 

결승전이 시작되고, 게임 초반 강하게 압박하며 들어오는 BLG에게 맥없이 당한 T1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었다. 그러나 곧바로 침착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2세트를 가져왔고, 승부는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도는 3세트에서는 BLG의 연속적인 기습 공격에 밀렸지만, T1의 정신력은 4, 5세트에서 빛을 발했다. 1세트부터 4세트까지 패승패승으로 사이좋게 하나씩 스코어를 주고받던 양 팀은 운명의 5세트에서 T1이 근소하게 주도권을 잡으면서 BLG를 잡고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페이커는 결승 경기 중간 미끼 역할을 수행하며 BLG의 핵심 전력을 모두 한곳에 모이게 했고, T1 팀원들이 타이밍 좋게 합류하며 적 팀을 몰살시키는 팀워크를 보여줬다.

결국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진 결승전은 역전의 역전, 패승패승승으로 마무리되면서 T1의 극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사진=MVP로 선정된 페이커(출처: 라이엇 게임즈)]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MVP로는 페이커가 선정됐다.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우승한 페이커는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또 다섯 번째 우승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 롤드컵 500 킬 그리고 2회 MVP 달성이라는 새로운 업적을 달성한 그는 이번 우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며 “동료들이 잘해준 덕분에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해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MVP로 뽑힌 것은 팬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승이라는 결과는 만족스럽지만 내가 보여준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롤드컵에서 나 자신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해 보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낸 순간

T1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중계진과 팬들이 환호와 찬사를 보냈다. 우승을 확인하는 순간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해외 중계진 역시 T1의 위업을 높이 평가하며 그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준우승에 그친 중국의 BLG 팀 역시 “비록 적이지만 멋진 경기를 펼쳤다.”면서 역사적인 명승부를 펼친 T1과 페이커에게 존경을 표했다. 비록 페이커의 ‘자연재해 급’ 플레이 속에서 결국 2:3 패배를 했지만,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T1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선수들의 스포츠맨쉽은 전 세계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사진=BLG 팀(출처: 네이버)]

특히 중국 중계진은 “페이커는 우리(중국)의 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산이고 가장 긴 강이다. 바다의 끝에 이르러 하늘이 벽이 되고, 산의 꼭대기에 올라 봉우리가 되는 그가 바로 페이커다.”라고 평가하면서 “모든 곳에 끝이 있듯이 롤의 정상은 페이커”라고 그의 실력을 극찬했다. LPL (LoL Pro League, 중국 리그) 에게 있어서 최강의 적이자 넘을 수 없는 장벽인 페이커이지만, 중국은 오히려 그가 ‘가장 높은 벽’임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성장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를 내비쳤다. T1이 롤드컵에서 중국을 상대로 10전 10승이라는 무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중국은 이것을 도전할 목표로 삼아 앞으로의 발전을 다짐했다. 

미국의 해설진 또한 페이커의 눈부신 활약을 두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T1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그 자체이며,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며, 준결승전 티저 영상 속 페이커의 명대사를 인용해 T1의 상징성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전설적인 부활을 목격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새로운 T1 왕조의 시작이다”라는 말로 T1의 우승을 축하했다. 전 세계 팬들은 이들의 찬사에 공감하며 이번 롤드컵에서 페이커가 보여준 경기력에 열광했다. 

한국 해설진은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반응으로 T1의 승리를 축하했다. 특히 한 해설진은 영국 결승전 현장의 특성을 살려 “이곳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지지 않는 태양, 페이커가 T1이라는 제국의 불멸을 팬들에게 다섯 번째 우승으로 다시금 증명해 냈다”고 언급하며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러한 다양한 반응은 롤드컵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며, 페이커와 T1이 이룩한 전설적인 위업이 전 세계 롤 팬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과 자부심을 주는지 다시금 증명했다.

이번 롤드컵은 치열한 경쟁이 낳은 또 하나의 전설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놓고 펼친 경기들은 롤드컵의 역사에 깊이 새겨지며, 앞으로 다가올 롤드컵에서도 역시 이들이 e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리를 더욱 견고히 다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학생기자 박혜빈(저장대 광고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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