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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20] 급하게 먹는 떡… 중국 무비자의 빛과 그림자

[2025-03-08, 06:26:49] 상하이저널
한국에 사는 누구도 몰랐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 이래, 단 한 번도 풀리거나 느슨해져 본 적 없는 관광비자가 풀렸다. 떡을 먹으려면 김칫국도 있어야 하고 손도 씻어야 하고 준비 좀 해야 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떡이 우리 앞에 놓였다. 

무비자 입국, 빛나는 순간에 그림자를 봤다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기간은 3년이 넘는다. 2023년 3월에 푸젠성 우이산(武夷山) 1박 2일 패키지를 갔다 온 적이 있다. 투어 중 가이드에게 지금 사람들이 여행을 못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특히 상하이 봉쇄 때, 여행사들은 완전 개점폐업상태였다. 
자기는 그래도 배우자가 일을 해 그나마 한 사람이라도 벌어 밥은 안 굶는데 혼자 버는 분들은 택배일, 공사장 일 하며 간신히 입에 풀칠한다고 했다. 예전에 한국에서 단체관광객들 올 때 재밌고 좋았다고 한다. 지방에서 계모임이나 동네 분들 함께 오는 패키지 여행객들은 떡도 맞추고 반찬도 많이 싸와 같이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가이드에게 힘내라고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응원했는데 이제 그 좋은 날이 왔다. 이 빛나는 순간에 그림자를 봤다. 

한국에서 패키지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다. 홍췐루에서 하루에 한 번은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를 볼 수 있다. 홍췐루 서울야시장 거리에서 관광객들이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이 다른 곳에 사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집이 단전이 되어 하루 외박?을 해야 한다. 집 근처 제일 저렴한 홀리데이인으로 가기로 했다. 쉬후이빈장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호텔(徐汇滨江假日智选酒店), 2019년에 문 열었다는데 여기저기 낡고 관리가 안되어 있다. 중국 호텔 노화 속도는 정말 빠르다. 그 밤중에도 체크인하는 사람은 많아 한참 기다렸다.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투숙한 호텔 수준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지저분한 엘리베이터를 탔다. 건물 전체가 담배 냄새에 찌들어 있다. 샤워호스는 고장 나 물 줄줄 샌다. 객실 방문하고 벽하고 틈이 있어 빛과 소음도 당연히 같이 들어온다. 옆 방 소리 다 들린다. 근데 한국말이 들린다. 피곤해 잘못 들었나 생각하고 잤다. 조식당은 천장 전등이 고장나 깜박깜박해 눈부시다. 음식도 부실하고 흘린 것도 제대로 치우지 않는 식당에 한국사람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여기는 한국 사람들이 올 지역이 아니다. 관광지, 공항, 기차역, 전람회장 등 중요한 시설에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외곽지역이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보니 패키지 관광객들이다. 도대체 어디 여행사일까 궁금해 호텔 앞에 서있는 버스를 봤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XX투어다. 패키지 관광객들은 위치는 안 좋지만 그래도 4성급 이상 호텔은 가는데 홀리데이인 브랜드만 달았지 웬만한 로컬호텔보다도 시설, 위치, 서비스 떨어지고 조식도 먹을 게 없고 내부는 담배 냄새에 절어 있고 침구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느껴지는 듯한 이런 호텔에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묵는다. 

이런 호텔에서 묵고 한국 가면 중국 여행 갔더니 “호텔 안 좋다, 냄새난다, 먹을 것 없다” 이런 평만 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9군데 있는 불가리 호텔이 중국에만 2군데 있다. 매리어트 최상위 포지션 호텔 리츠칼튼, 세인트레지스, 한 나라에 한 개 있기도 힘든 호텔이 상하이에는 2군데나 있다. 전 세계 최고급 호텔들 즐비한 상하이까지 와서 굳이 이런 호텔에서 투숙하는 패키지가 어떤 지 한번 찾아봤다. 

상하이 3박 4일 투어가 44만 9000원?

3박 4일 449,000원, 분석해 보니 원가가 투어비용이다. 옵션투어 없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비용구조다. 패키지에 나와 있는 호텔 리스트를 봤더니 다 외곽에 있는 3성급도 안 되는 홀리데이인이나 홀리데이 익스프레스, 평균 300위안 호텔을 4성, 심지어 4.5성까지 표시해 놨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갈까 

중국은 가성비 최고의 여행지다. 관광지 입장료는 세계 최고 덤터기를 씌우지만 자국민에게도 씌운다. 이탈리아에 이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맛집이고 자연유적 풍부하고 볼 것 많고 먹을 것은 더 많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가격으로 좋은 호텔에서 자고 신선한 제철 과일, 야채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좋은 여행지에 와서 담배 냄새나는 호텔에서 자고 난방도 안 되는 조식당에서 부실한 아침 먹고 바가지 옵션 투어하고 만난 중국 사람들은 식당, 호텔 종업원이나 관광지 안내원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갈까? 한국 가면 중국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이 더 굳어질 수도 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힘들었던 여행사들도 중국 무비자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큰 떡을 받았다. 중국 여행은 평생 해도 다 못한다. 좋은 여행 프로그램 만들어 중국에 오고 또 오게 하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렇게 떡을 마구 먹어버리면 체한다.



상하이 봉쇄를 기록한 <안나의 일기>, 봉쇄 해제 후 코로나 종식까지 과정을 기록한 <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지금은 상하이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blog.naver.com/na173515 -brunch.co.kr/magazine/apurescent
master@shanghaibang.com    [제갈현욱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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