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 시공사 | 2012년 9월 |
|
정치·기술·이념적 중요 분기점에 울리는 경종
국가의 권력, 번영, 빈곤에 대한 매우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되는 202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정치적, 기술적, 이념적으로 가장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지금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국가들이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지는 것은 과거 역사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 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경제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가 어느 정도의 포용적인 정치 제도를 가지느냐, 이다.
포용적 제도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집권 엘리트층의 권력이 어느 순간 약화되면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부상하고, 기존의 배타적인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집단적 요구가 강해질 때 형성된다. 17세기 영국의 명예혁명은 왕권과 의회 간의 갈등 속에서 의회가 점차 주도권을 확보한 사례이며, 19세기 프랑스 혁명 역시 기존의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시민 계층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포용적인 제도가 뿌리내리면 노예제나 농노제 같은 착취적 제도는 점차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이룬다.
다만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선순환이 뿌리내리려면 포용적 제도를 위협하는 움직임을 견제할 민주적 절차와 법치주의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더라도 역량이 부족하거나 권위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포용적인 제도는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멕시코의 초대 황제인 이투르비데는 멕시코의 독립을 쟁취한 장본인이지만 독립 후 독재를 벌이다 쿠데타로 강제 퇴위를 당해 수십 년간 이어지는 멕시코의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졌다. 반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독재자의 자리를 거부하고 임기를 2번만 치르고 물러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민주주의에 훌륭한 선례를 남겼다. 이처럼 초대 지지자의 역량과 모범적인 모습이 국가에 명운과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잉글랜드의 명예혁명과 보츠와나의 사례로 보듯이 결정적 분기점에서 포용적인 제도를 마련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행운이 따라야 한다.
반면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착취적 제도 때문이다. 착취적 경제 제도는 사회의 대다수가 엘리트층의 권력을 위해 희생되기 때문에 빈곤을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시에라리온, 짐바브웨 등의 사례로 보듯이 착취적 제도를 유지하던 정부가 몰락한다 해도 그런 제도를 이용한 통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권력 구조가 붕괴하더라도 새로운 집권 세력이 동일한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포용적인 제도가 지향하는 창조적 파괴에서 나온다. 포용적인 제도는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이는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촉진한다.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 독점 구조, 정치적 불안정성은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기존 기득권층만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포용적인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학생기자 이재아(상해중학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