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고물가에 어딜 가나 사람이 가득한 여행지에 지친 사람들이 집에서 즐기는 피서 ‘집캉스’를 즐기고 있다. 유쿠(优酷), 아이치이(爱奇艺), 텐센트(腾讯)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중국 영상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내 침대에서 편안하게 정주행 하기 좋은 중국 드라마를 알아보자.
왕가위 감독이 그린 격정의 90년대 상하이, 번화(繁花)
2024년을 대표하는 드라마를 꼽으라 하면 단연코 이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199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번화(繁花)다. 2023년 12월 27일 중국 중앙방송(CCTV)에서 첫 방영한 30부작 드라마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은 워낙 채널이 많아 시청률 1%만 넘어도 흥행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2%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진위청(金宇澄)작가의 2012년 동명 소설 ‘번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1990년대 초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개혁, 개방 이후 경제가 고속 발전하며 기회와 희망의 땅인 상하이에서 주식 투자로 떼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아바오(阿宝)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드라마는 모든 주요 배역들이 상하이 출신으로 상하이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것, 왕가위(王家卫, 왕자웨이) 감독의 첫 드라마라는 것과 워낙 깐깐하게 작품을 선택하기로 유명한 배우 후거(胡歌)가 주인공 아바오 역할을 맡았다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마이리(马伊琍), 탕옌(唐嫣) 등의 여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드라마는 1990년대 상하이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 아바오의 성장과 도전, 그리고 인간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평범한 청년 아바오가 다양한 인물들의 지원을 받아 상업계의 거물로 성장하는 내용이며 각기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감동과 흥미를 선사한다. 또한 드라마 곳곳에 왕가위 감독만의 화려한 영상미도 빼놓을 수 없다.
· 시청 가능한 사이트: 腾讯视频
숨 막히는 미스터리, 신생(新生)
중국 드라마는 워낙 장편이 많고 스토리가 늘어져 정주행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다. 그 편견을 철저하게 깨뜨린 드라마, 신생(新生)이다. 지난 5월 6일에 첫 방영을 시작한 10부작 드라마로 장르는 미스터리다. 주인공 페이커(费可) 역할을 맡은 가수이자 배우인 징보란(井柏然,정백연)의 ‘원 맨 쇼’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다. 기자 역할은 저우이란(周依然, 주의연) 배우가 맡았다. 기자 허샨(何珊)은 페이커의 추모회에 초대됐다. 이곳에서 페이커와 관련이 있는 사람 4명을 만났지만 그들이 알고 지낸 페이커는 동일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 페이커는 어떤 모습이고 자신이 속였던 사람들을 왜 한 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각자의 기억 속 페이커를 떠올리며 진실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천연덕스럽게 사기꾼을 연기하는 징보란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기 행각이 들통날 것 같은 긴장감이 드라마 내내 팽팽하게 이어진다. 막바지까지 사기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줄 알았는데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드라마가 끝난다. 탄탄한 스토리에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 무빙, 숨막히는 전개까지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는 드라마다.
· 시청 가능한 사이트: 优酷,酷喵TV
얼굴 천재들의 만남,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
한국 티빙이나 넷플릭스에서는 ‘너를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투투장부주. 아이돌스러운 외모에 180cm 훤칠한 키, 사슴 같은 눈망울과 자상한 목소리까지…완벽하고도 빛나는 ‘오빠 친구’를 사랑하게 된 철부지 여동생의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은 천저웬(陈哲远), 여자 주인공은 조로사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한 자오루스(赵露思)가 맡았다. 주이(竹已)의 소설이 원작이다. 여주인공 쌍즈는 중학생 때부터 오빠 친구 돤자쉬를 짝사랑하다가 성인이 되어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로맨스, 성장, 학원물이다. 멋진 남주 천저웬의 연기에 감탄하지만 여주인공 조로사의 치명적인 귀여움 때문에 인기가 더 높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현지에서는 제작 초기 당시 남녀 주인공의 인지도가 낮아 투자가 적었고, 촬영 기간 동안 의상, 스타일링 등을 조로사가 직접 담당할 정도로 열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한국을 좋아하고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까지 한국 스타일로 꾸몄던 조로사 덕분에 한국과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드라마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현실 남매 케미, 몽글몽글한 사춘기 시절의 첫사랑 감정, 성인이 되어 첫 사랑과의 알콩달콩 연애,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워낙 ‘얼굴 천재’인 천저웬 배우가 싱크로율 100%의 훈남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로도 눈이 즐겁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련한 첫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투투장부주를 추천한다.
· 시청 가능한 사이트: 优酷
한 번 본 사람은 없는 드라마, 상견니(想见你)
한국에서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다. 실제 방영일은 지난 2019년으로 5년 전 드라마지만 여전히 중국 드라마를 논할 때 무조건 언급되는 드라마다.
이미 유명한 드라마임에도 정주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는 한번 보면 무조건 2~3번 정주행이 기본인 드라마다. 볼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볼 때마다 놓쳤던 퍼즐이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매력이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용은 27세 황위쉬안의 영혼이 17세 고등학생 천윈루 몸으로 타임 루프하며 시작된다. 전 남자친구 왕췐셩과 똑같이 생긴 리즈웨이를 만나며 미스터리한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타임슬립 할 때 듣고있는 노래는 지난 1996년 발매한 우바이(伍佰)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로 드라마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정도로 멜로디가 좋다. 2023년에는 영화 버전의 상견니가 나왔지만 드라마 흥행에는 훨씬 못 미쳤다. 워낙 잦은 타임루프와 여러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현재 발생하는 사건의 원인을 추측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 세 사람 모두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타이완 드라마 특성상 아련하고 풋풋한 학창시절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결말은 새드엔딩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느낌이 든다. 워낙 인기가 많은 드라마라서 지난 해 9월 한국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었지만 원작보다는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 시청 가능한 사이트: 腾讯视频,爱奇艺
눈만 뜨면 죽는 타임루프 드라마, 카이돤(开端)
2022년도에 방영한 15부작 타임루프 드라마 카이돤(开端,개단), 치다오쥔(祈祷君)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게임 개발자 샤오허윈(肖鹤云)과 대학생 리스칭(李诗情)이 45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자신들이 타고 있는 버스가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강한 폭발 뒤 힘겹게 눈을 뜬 리스칭, 여전히 45번 버스에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하지만 잠시 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또다시 깨어나자 여전히 버스에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타임루프에 빠졌음을 깨달으며 이 상황을 벗어나려는 내용을 담았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자신들이 타임 루프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함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 버스에 탄 승객은 오직 10명, 이들 사이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결국 모든 사람들을 구출시키는 내용으로 15화가 진행되는 동안 무한 반복되는 폭발사고에 긴장감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범죄 스릴러 드라마인 만큼 계속 추리하면서 범인을 찾는 내용이 흥미롭다. 좁은 버스에서 갇혀 계속 폭발한다는 스토리도 참신하고 이 드라마를 봤던 모든 사람들이 입 모아 외쳤던 것은 단 한 명의 ‘연기 구멍’이 없다는 것. 심장이 쫄깃하고 공포영화가 아닌데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연출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자 주인공 샤오허윈은 바이징팅(白敬亭), 리스칭 역은 자오진마이(赵今麦)가 맡았다. 텐센트에서 방영한 카이돤은 방영 사흘만에 조회수 1억 뷰 돌파, 완결후에는 조회수 12억 뷰를 기록했다.
· 시청 가능한 사이트: 腾讯视频
응답하라와 같은 가족 드라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以家人之名)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소소한 일상을 그리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각기 다른 가정사로 인해 혈연관계가 없는 세 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이 되어 함께 성장하고,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결국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로 진짜 가족이 있지만 함께 밥을 먹는 식구가 진짜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드라마로 마음 한구석이 따듯해지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40부작이지만 어려운 내용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어서 휴가 기간 동안 정주행하기 딱 좋은 드라마다. 한국에서도 ‘조립식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9월 방영 예정이다.
· 시청 가능한 사이트: 芒果TV
*사진 출처: 드라마 공식 사이트, 바이두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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