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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33] 농담

[2019-05-08, 11:28:10] 상하이저널
밀란 쿤데라 | 민음사 | 1999.06.25

밀란 쿤데라는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이다. <농담>은 그의 첫 번째 소설이자 그를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1948년 체코의 프라하. 패기 넘치는 대학생 루드빅은 사랑하는 여학생 루치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심코 농담 한마디를 엽서에 써서 우편으로 보낸다. 그 농담 한마디는 루드빅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다. 엽서는 검열을 받게 되고 루드빅은 학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마지막까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군에 강제 징집되어 탄광에서 5년간 가혹한 세월을 보낸다. 그는 10년간 친구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모진 고통을 견뎌낸다. 

루드빅은 루치에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면서 지내지만 15년 후에 그녀를 만났을 때는 알아 볼 수도 없을 만큼 그녀는 변해있었다. 그는 그것조차 못된 농담처럼 느껴진다. 그는 마지막까지 믿었으나 자신을 재판에 회부한 절친한 친구 제네빅에게 복수하고자 제네빅의 부인인 헬레나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헬레나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미 제네빅과 헬레나의 부부 생활은 오래 전부터 파경에 도달한 상태였다. 오히려 제네빅은 둘의 사이를 축하해주면서 다른 여자와 멋지게 떠나 버린다.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해 온 것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는 쓸쓸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가벼운 농담이 가져다 준 인생의 좌절을 다시는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는 못하지만, 모든 잘못은 잊혀질 것이다.”

루치에가 탄광에서 석방되면서 하는 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루치에는 모든 고생이 끝난 후에 그리워했던 모든 것들을 못된 농담처럼 느끼며 허탈하게 새로운 삶과 직면한다.

그 당시 체코는 이념의 도가니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돈 그 자체였다. 어느 날은 적이고 어느 날은 동지가 된다. 해방 직후에 6.25를 거치고 또 유신시대를 지내면서 많은 희생이 있었던 우리나라의 시대 상황과 비슷하다. 젊은 나이에 연인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한 가벼운 농담조차 허용되지 않는 폐쇄된 사회, 내가 살기 위해 친구조차 버려야 하는 사회였다. 

그 암울한 시대의 문학을 사랑하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속한 이 사회와 이 시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일상에 책 한 권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면 나는 다시 많은 책 속에서 진주를 캐듯이 도서관 서가를 뒤진다. 

마가렛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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