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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로 산다는 것

[2021-06-03, 19:03:26] 상하이저널

첫 아이를 낳는 순간 나는 엄마가 되었고, 우린 부모가 되었다. 엄마가 되는 순간, 부모가 되는 순간 아이의 이름을 짓고 기다렸던 모든 기다림이 감동과 감사가 되었다.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부모 연습을 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밤새 잠을 안자고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있다가 가슴팍에 안겨 함께 잠들 때면 말할 수 없는 따뜻함이 몰려 왔다. 서툴러도 힘들어도 그렇게 기꺼이, 당연하게 부모가 되었다. 

이제는 다 자라 두 아이는 20대가 되었고, 10대의 막내를 바라 보며 문득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우린 어떤 부모였을까? 들여다 본다.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아이들 유아기 때에는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해 주며 사랑하고 놀아 주는 것이 부모의 일이었다.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옳은가? 고민할 새 없이 아이들은 거침없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자라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부모가 하는 역할을 줄여가며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해 갈 수 있도록, 그렇게 독립해 갈 수 있도록 기르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성장의 골목골목 마다 성실하도록 가르치기가, 정직하도록 가르치기가 유아기 때의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둘째가 초등 4학년이 되니 알림장 정도는 알아서 하겠거니하고 놔 두었다. 학기가 끝나가는 어느 날 알림장 검사를 하겠다 하고 들여다 보니 한 장 달린 알림장 노트를 들고 왔다. 무슨 일이 그 동안 있었던 건지 한 장 남은 알림장을 들고 오다 보니 입에서는 온통 변명과 거짓말이다. 퇴근한 남편과 의논해 게으름에 거짓말까지 더 한 탓에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었다. 그리고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말해 주며 일주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의 거짓말과 게으름을 벗겨내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눈물로 다시 학교에 가고 싶다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호된 다짐을 받아 냈다. 이 아이의 인생에 정말 중요한 시기였음을 보게 된다. 

우린 정말 서투른 부모였다. 하지만 서투르다고 변명하기에는 부모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잘 기를 것인가 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매일 기도해야 했고 좋은 정보와 지식도 많이 필요했다. 중고교 시절 핸드폰과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우린 부모로서 마땅히 우리가 할 일을 했다. 사춘기지만 규칙을 정했고 규칙을 어기면 핸드폰은 압수되었다. 아이에게 말 실수를 했거나 잘못된 부모의 결정으로 힘들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아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이도 우리 아이들이다. 

우리가 계속 상하이에 있는 탓에 한국으로 대학을 간 두 아이는 한국에 집이 없는 아이들로 강제로 독립을 하였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2년 째 오고 갈 수 없이 화상으로만 안부를 전하는 날들 속에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홀로서기를 해 가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잘 독립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대화하며 부모들은 바른 길로 인도하는 부모의 훈계와 돌봄의 앞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업이 힘들어 고뇌하며 힘들어 하던 부모의 뒷모습, 부모가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 말하던 뒷모습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받았던 돌봄과 사랑이 아이들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잘 돌보며 많이 사랑하며 바르고 정직하게 성실한 자녀로 세상에 서도록 기르기가 힘든 세상이다. 세 자녀로 인해 부모가 되었고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 무게가 버겁지만 기꺼이 오늘도 그 무게를 지고 가 본다. 

Renny(denrenhan@naver.com>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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