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을 입력하실 건가요?

[2024-03-11, 16:53:38] 상하이저널

시급 6위안을 받고 일했던 적이 있다. 막 베이징에 도착한 어학연수생이던 시절,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 인생의 다음 목적지를 중국으로 정한 지 얼마 되지 않던, 투지에 불타오르던 그 시절, 중국어가 늘려면 중국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지 않겠냐는 호기로운 고민을 하던 내가 있었다. 어설픈 중국어로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릴 때의 그 수줍음, 내일부터 한번 일해보라는 승낙을 받았을 때 그 폭발하던 아드레날린, 베이징드림을 꿈꾸는 중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그 하루의 생동감. 그 시절 회색 도시 베이징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상하이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세 번째 회사에 정착한 지 4년. 올해로 나는 8년 차 직장인이다. 과거 반짝이던 눈빛의 그녀는 어느덧 추억 속의 인물이 되었고, 이제 나는 회사에 인심을 잃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일하는 눈치 빠른 경력직이 되었다. 열심히 일한다고 꼭 인정받거나, 보상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하면 잘할수록 일이 몰린다는 깨달음으로 시작된 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의도된 나태함은 내 몸의 감각 중 일부를 멈춰 세운 듯 하지만, 어느새 나는 오늘과 내일이 너무도 예측가능한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에 완벽 적응하였다. 

그러던 최근, 편안한 일상의 대 복수극이 시작됐다. 내 직무가 인공지능 시대에 곧 사라질 직업에서 20위를 차지한 것. 정신이 번쩍 든다. 특히 이곳 중국은 세계 2위 AI 기술 보유국 아닌가. 나는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각종 도서와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적힌 회의 내용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그 내용을 바로 PPT로 만드는 AI, 엑셀 채팅창에 원하는 정보를 대화하듯 입력하기만 하면 분석 결과를 내어놓고, 나 대신 이메일을 쓰고 심지어 소설도 써주며, 내가 원하는 영상, 음악까지 제작하는 AI 기술은 이미 상용된 지 오래였다. 

나는 숨 막히는 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개탄하고 곧 로봇에게 대체될 내 신세를 한탄하며, 한동안 마치 산업혁명 시절 밥그릇을 잃은 수공업자의 기분으로 지냈는데, 그러던 중 다음 시대를 철학적으로 고찰한 한 메시지를 접했다.  

이제 테크닉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본질만 남는 세상이 될 테니 치열하게 경험하여 나를 발견하는 공부를 할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 지 분명히 아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AI에게 궁극의 지시를 할 것. 나만의 취향과 가치관으로 질문을 만들고 AI가 온 세상을 뒤져 찾아온 답으로 더욱 꽉 찬 인생을 살 것. 

아차, 로봇 사이에 껴서 같이 문제를 풀려 했던 나의 이 무지함. 이제 소모적인 작업은 로봇에게 맡기고 지시하는 인간으로서 살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나다운 질문을 가지고 있나. 영혼 없이 사무실에 앉아 알고리즘에 내 취향을 맡기고, 유행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쫓는 요즘. 나는 휴대폰 속 인공지능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린 지금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나를 소환해야 하는 타이밍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감각을 깨우고 호기로운 고민을 하던 그때, 시급 6위안에도 충만했던 그때의 나에게 묻고 싶다. 너는 또 어떤 문제 앞에서 설레어 하고 싶냐고.

상상(sangsang.story@outlook.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에서 일곱 번째 이사.. hot 2024.03.02
    상하이에서 생활한지 6년차가 되었고, 이제는 7번째 이사를 준비한다. 상하이에 처음 왔을 때는 상하이 집값이 비싸다고 해도 믿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내가 상하이에..
  • [허스토이 in 상하이] 우리 설날 2024.02.22
    어릴 적 외국에서 살다가 전학 온 친구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나는 학창시절 한 번도 해외에 가본 적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갈 무렵 아빠의 일본발령으로 나는 처..
  • [허스토리 in 상하이] 우쩐(乌镇) 여행, 천년.. hot 2024.02.19
    코로나가 끝나고 상하이에 사는 우리도 한국방문이 자유로워지고, 또한 반대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도 가족들도 만나고 여행도 할 겸 상해에 방문하는 일이 자연스..
  • [허스토리 in 상하이] 선인장 꽃 hot 2024.02.09
    허스토리 in 상하이선인장 꽃 몇 년 전 일이다. 평소에 늘 등산으로 건강을 다져서 나랑 전혀 다른 체급과 체력의 언니가 갑자기 수술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
  • 조선족 한글학교 교사들 한국 방문 hot 2024.02.03
    한국 재외동포청 초청 한글학교 교사 연수, 40여개국 200여명 참석 화동조선족주말학교에 몸 담근 지 10년 차, 지난 1월 8일부터 14일까지 한국 외..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상반기 무비자 입국 관광객 190..
  2. DQ, 상하이에 햄버거 매장 오픈…2..
  3. MS, 중국 지역 직원 아이폰 사용..
  4. [인터뷰] ‘이병률’이라는 새로운 문..
  5. 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거주 '이준..
  6. “부동산보단 면세점” 中 거리, 부동..
  7. [책읽는 상하이 246] 방금 떠나온..
  8. 상하이, ‘물폭탄’에 돌풍·천둥·번개..
  9. 상하이, 폐차하고 새 차 사면 ‘19..
  10. 상하이공항, 2024년 상반기 순익..

경제

  1. 中 상반기 무비자 입국 관광객 190..
  2. DQ, 상하이에 햄버거 매장 오픈…2..
  3. MS, 중국 지역 직원 아이폰 사용..
  4. “부동산보단 면세점” 中 거리, 부동..
  5. 상하이, 폐차하고 새 차 사면 ‘19..
  6. 상하이공항, 2024년 상반기 순익..
  7. 中 6년 전 항저우서 3.4억에 판..
  8. 中 상반기 대외무역 규모 21조 위안..
  9. 바이두 자율주행 택시, 급정차·보행자..
  10. 中 상반기 부동산 업체 주택 인도 규..

사회

  1. [인터뷰] ‘이병률’이라는 새로운 문..
  2. 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거주 '이준..
  3. 상하이, ‘물폭탄’에 돌풍·천둥·번개..
  4. 上海 중국 최초 전자비자 발급
  5. 상하이 15일부터 또 무더위… 최고..
  6. '글밤' 초청, ‘이병률 시인’ 상하..
  7. 끊임없는 아동 학대, 그 처벌과 기준..

문화

  1. 중국인들은 여름에 어떤 음식을 먹나
  2. 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거주 '이준..
  3. [책읽는 상하이 246] 방금 떠나온..
  4. [책읽는 상하이 244] 돌봄과 작업
  5. [책읽는 상하이 245] 채식주의자
  6. 무더운 여름, 시원한 미술관에서 ‘미..

오피니언

  1. [금융칼럼] 피할 수 없는 사이 ‘금..
  2. [[Dr.SP 칼럼] 장마 후 여름이..
  3. [무역협회] 태국의 브릭스 가입, 아..
  4. [허스토리 in 상하이] 싱글, 언제..
  5. [독자투고] 상하이살이 Shangha..
  6.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가오카..
  7.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3] 나이키..
  8. [허스토리 in 상하이]내가 오르는..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