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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추억을 꺼내 주는 음식들

[2024-05-06, 12:25:21] 상하이저널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아하고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좋다. 계획형이라 철저한 준비를 하고 여행을 떠나야 맘이 편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행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여정을 짜고 갈 곳을 미리 검색해서 꼼꼼히 예약한다. 하지만 내가 여행계획에서 유일하게 미리 알아보지 않는 것은 식당이다. 물론 유명한 식당을 한 두 군데 미리 검색해서 찾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끼니는 그때 그곳에서 정하는 편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카메라속에 담긴 음식사진을 본다. 무심코 들어가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그 생소한 음식으로 인해 했던 수많은 대화들을 떠올려보면 꼭 맛이 있었던 음식이 아니었어도 그때 그곳을 기억할 수 있고 내가 느낀 여행지에서의 감정과 생각을 떠오르게 해준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났다면, 그것은 여행이 준 행운일 것이며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상하이에는 전 세계 각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많다. 굳이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그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여행중 먹었던 음식이 다시 먹고 싶을 때 왠만한 음식은 다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얼마전 지인들과 함께 네팔음식점을 다녀왔다. 


한국에서도, 상하이에서도 네팔음식점을 찾아간 것은 처음이어서 가기 전부터 설레기도 하고 과연 음식점의 분위기는 어떨지, 음식은 어떤 맛일지, 주인은 중국사람일지 아니면 네팔사람일지, 많은 것이 궁금해졌다.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네팔의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인테리어 때문인지 다소 생소하면서도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덕에 나무로 된 창틀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햇살이 나를 기분 좋게 했고, 동시에 새로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듯 했다. 

인도음식과 비슷한 마크니커리와 갈릭난, 탄두리 치킨, 그리고 네팔전통음식인 달바트를 주문했다. 다양한 향신료와 다양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내가 이 식당에 오기전 왜 그리 설레었는지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2008년 1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혼자 배낭 하나 메고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 혼자 겁도 없이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지 나조차도 의문이 들지만, 그때의 나홀로 배낭여행은 나에게 큰 경험이 되었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 되었다. 그래서 인지 인도의 북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팔 역시 왠지 친근하고 반가운 이름이었다. 

네팔과 가까운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네팔에서 왔다는 대학생을 만나 바라나시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네팔에도 꼭 한번 여행을 오라고 권해줬던 그 친구가 떠올랐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체력도 지치고, 집이 그리워질 때쯤 만난 그 친구 덕분에 한 달간의 인도 여행이 힘듦과 동시에 즐거웠고, 또 새로운 나라, 네팔에 가고 싶다는 기대를 가지며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여행중 만난 인연은 짧지만 강렬한 추억으로 내 머리 속에 남겨졌다. 상하이에서 먹게 된 네팔음식 덕분에15년전 나를 설레게 한 여행의 추억 한 자락이 떠올라 기분 좋은 하루였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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