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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하이를 떠난 그녀들이 남기고간 수많은 잔(左), 몇년간 맡겨둔 샴페인 잔(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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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떠난 그녀들 중에 햄스터로 불리는 그녀가 봄꽃이 만개한 4월에 상하이에 놀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녀는 코로나전 상하이를 떠나서 이때까지 단 한번도 상하이를 오지 못 했다. 그녀는 떠날 때 나에게 화장대와 고급 와인잔을 주었고,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샴페인잔 하나는 나에게 맡겼다. 코로나전은 서울부산 오가듯 쉽게 올 수 있었던 상하이니 그녀는 그 샴페인잔을 몇 년간 못 볼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
그녀를 첫 주자로 직장때문에, 남편때문에, 가족이 아파서, 기타 등등의 많은 이유로 내친구들 그녀들은 나를 남겨두고 상하이를 떠났다. 그녀들은 코로나가 끝나자 말자, 상하이에 놀러 왔다. 가장 웃겼던 것이 그토록 그리웠던 상하이였는데, 막상 오니 기억보정이 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플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보정되는 것처럼 그녀들의 상하이에 대한기억은 보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보정되었냐고 하니, 길거리에 담배 피우는 사람들, 더러운 식당 이런 것들은 다 보정 되어서 아름답게 기억했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상하이에게 사랑의 콩깍지라도 씌었던 것인 걸까?
나는 4월에 오는 햄스터 그녀에게 DM을보냈다. “네가 생각하는 상하이는 네 기억속에 아름다울 뿐, 와서 실망할 수 있으니 조심해” 그녀의 답DM은 상하이의 핫 한 카페의 인스타그램과 “여기는 언니 집 이사한 집에서 멀어요?”라는 말. 그녀는 콩깍지가 여전히 씌어져 있었다.
그녀가 다시 상하이에 와서 콩깍지가 벗겨지면 안 될 텐데, 실망시키지 않도록 맛있는 양 꼬치와 훠궈집을 알아 놓았다. 그녀의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도록, 기억보정 필터가 풀리지 않도록 작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나를 포함한 남은 그녀들 이야기를 하자면, 이제 우리는 소수정예로 무조건 잘 지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그녀들 중 한 명은 남편이 중국인이라 상하이에 남아있을 확률이 제일 높은데, (심지어 그녀는 공적금까지 낸다!) 우리는 그녀에게 항상 농담을 하곤 한다. “너 팔순잔치에 우리 만나면 나중에 한국어 까먹어서 朋友们(펑요먼)이러는 것 아니야?” 그녀는 그럼 큰눈을 그렁거리며 “그런 이야기 하지마요! 다들 상하이 떠나면 안돼 “라고 말한다.
상하이는 그녀들에게 첫사랑과 비슷한 것 같다. 떠난 그녀들은 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못 해서 다시 돌아보니 아련하기도 하고, 아저씨가 된 첫사랑에 실망스럽기도 하고… 남은 그녀들에겐 첫사랑과 결혼한 것이 가끔은 후회되기도하고,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려 이제는 설레임은 없고 편안함만이 남은 가족 같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여전히 설레며 행복할지도….
어찌되었던 그녀들에게 첫사랑을 시작한 소녀의 시간으로 돌려줄 수 있는 곳이 상하이의 매력이 아닐까?
성신여(ssy.sh.c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