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상하이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가장 짧지만 가장 강렬한 아름다움을 맛보게 해주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상하이 생활 7년째. 난 가을이 되면 상하이에 있는 서점이나 도서관들을 검색해서 혼자 찾아가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가끔 서점에 들러 종이 책을 뒤적여보며 책을 고르는 게 좋았었다. 물론 이곳에서 서점을 방문하는 이유는 한국에서의 이유와 다르다. 한국에서는 읽고 싶거나 필요한 ‘책’을 ‘발견’하기 위해서 서점이나 도서관을 갔다면 이 곳, 상하이에서는 도서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게 되어 자주 가고 싶어진다.
상하이의 도서관이나 서점은 하나의 문화공간이다. 책뿐만 아니라 그림이 전시되기도 하고,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활용한 소품들을 팔기도 했다. 여행지마다 마그네틱을 팔 듯 도서관에서도 마치 그곳을 방문했음을 기억하길 바라는 듯 마그네틱을 팔기도 한다. 책을 읽고 고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올 가을의 첫번째 방문지는 쉬자후이에 위치한 ‘ZIKAWEI 도서관’이었다. 영국의 건축가 David Chipperfield가 디자인했다는 이 도서관은 1층에 들어갔을 때 중앙에 길게 놓여진 커다란 원목책상과 아치형의 지붕이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들고 나온 은희경 작가의 <새의 노래>를 꺼내서 나도 그 커다란 책상 한곳에 자리를 잡아본다. 책을 읽기에 좋은 따뜻한 조명과 원목이 주는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책상이 맘에 든다. 한참을 읽고 도서관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책을 꽂아 놨다기 보다는 책으로 아름답게 꾸며놓은 듯한 책장도 맘에 들고, LP판으로 벽면 책장을 꾸며놓은 곳도 눈에 띈다.
3층 발코니에 위치한 ‘Open Reading Space’는 오늘처럼 깨끗한 가을날씨에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라 한참을 앉아있다 일어났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ZIKAWEI 성당도 이 도서관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는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억지로 이곳을 찾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모두 여유 있어 보였고 그 공간을 맘에 들어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상하이에서의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는 이유 같다. 책뿐 만 아니라 사람들을 웃게 하고 즐겁게 하고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 조용하게 책을 읽고 싶다가도, 예쁘게 전시된 공간을 발견하면 사진도 찍고 싶어지고,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 플래그스토어에서 ‘ZIKAWEI Library’라고 적힌 마그네틱을 하나 사 와서 냉장고에 붙였다. 혼자였지만 외롭다기보단 여유로워서 좋았고, 도서관에서 풍기는 종이책이 주는 냄새와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조명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곳이어서 좋았다. 아름다운 상하이 가을과 책, 그리고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매력을 가진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을 주기에 충분하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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