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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3주년] 1920 상하이 속 한국 新여성의 삶과 꿈

[2021-06-06, 17:34:38] 상하이저널
공감 3주년 共感 五月 女行, 한국 新여성의 숨은 역사 따라 걷기

  

 

“1920년대 상하이에 온 그녀들, 그들이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상하이한인여성네트워크 ‘공감’이 3주년을 맞아 ‘상하이 속 한국 新여성의 숨은 역사 따라 걷기’를 진행했다. 지난달 31일 ‘공감’은 18명 교민들과 함께 일제강점기 조국을 떠나 상하이로 온 한국 신여성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섰다. 

‘共感 五月 女行’ 제목의 이번 행사는 정정화, 연미당, 권기옥, 이화림, 허정숙의 상하이에서의 삶과 역사를 들여다보며, 상하이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영경방 10호, 인성학교 옛터, 김해산의 집, 상하이외국어학교 옛터를 둘러봤다. 

당시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의 피난처이자 혁명과 사상의 격론의 장이 됐던 상하이, 또 서양의 신문화•신문물이 들어오는 낭만과 자유의 도시였던 이곳에서 그들이 꾼 꿈은 무엇이었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新天地에서 만난 임정의 안주인 

정정화 선생은 1920년 상하이로 망명해 1946년 귀국하기까지 망명생활 대부분을 임정 요인 뒷바라지에 바쳤다. 27년간의 힘든 임정의 역사도 정정화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로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마당루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관람객들로 붐비는 공산당일대회지 뒤편의 ‘영경방(永庆坊) 10호’를 찾았다. 영경방 10호는 정정화 선생이 시아버지와 남편을 보필하면 지냈던 곳이다. 당시 김구 선생 가족, 최중호 선생 가족과 ‘한 지붕 세 가족’이 함께 살았다고 한다. 김구의 아내 최준례 여사를 병간호하고, 갓난아이를 돌봤던 곳이다. 임정요인들돠 독립자금을 조달을 논의하고, 영경방에서는 식솔들을 챙기며 고단했을 정정화 선생의 20대를 짐작해 본다.

정정화(1900~1991)
임시정부 안살림, 독립자금 조달

  

   

 

 


  

  영경방(永庆坊) 10호 

 

1910년 11살에 을사늑약을 반대했던 김가진 선생의 아들 김의한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삶은 독립운동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1919년 시아버지와 남편은 상하이 임정으로 망명했고, 이듬해 시아버지를 모셔야한다는 일념으로 상하이를 찾은 정정화의 상하이 생활은 시작된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임정의 재정이 어려워지자, 자금확보를 위해 여섯 차례 국내로 잠입했다. 일본의 감시를 피해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기도 하고 부산-일본을 통해 상하이로 돌아와야 했다. 


윤봉길 의거 후 상하이를 떠난 임정과 함께 한 그는 충칭에서 해방을 맞아 조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전쟁 중 남편의 납북으로 고초를 겪고, 1991년 세상을 떠났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가족, 시아버지의 유해는 상하이에, 남편은 북한에 묻혔고, 정정화 선생은 대전 현충원에 영면했다.

상하이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黄浦区马当路304号
•입장료 20元

영경방(永庆坊) 10호 
•黄浦区黃陂南路362号


인성학교 교사와 졸업생

 인성학교 옛터(黄浦区马当路388号(SOHO复兴广场)) 

 

 


인성학교는 1916년 9월 개교해 상하이 교민 자녀들의 민족교육을 담당해왔다. 학생 5명으로 상하이기독교 소학으로 개교했다. 교민 교육을 담당한 한국인 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지금은 지하철이 통하는 화려한 쇼핑몰이 들어선 이곳에서 교사 출신 권기옥과 졸업생 연미당을 만났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교사로, 배우는 학생으로 인성학교를 거쳤다. 

당시 인성학교는 교육기관뿐 아니라 독립운동의 산실이기도 했다. 영어에 김규식, 여운형, 현정건, 수학와 치창식, 서병호, 국어와 역사에 김두봉, 중국어에 김문숙 등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이 교사진으로 채용됐다. 민족 교육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 였은지 짐작할 수 있다. 


권기옥(1901~1988) 
최초 여성비행사, 인성학교 교사  

  권기옥(1935, 왼쪽 두번째)

 

항저우 여학교 시절(1921)_오른쪽 

  

  

1937년 여름 난징을 방문한 시동생 이상화 시인과 남편 이상정(오른쪽)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알려진 권기옥은 “비행기를 몰고 가서 일본 황궁을 폭파하리라”는 꿈을 품고 상하이로 와 임시정부를 찾았다. 평양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19년 3.1 만세 시위에 동참했다가 투옥되기도 했다. 석방 후 1920년 건멸치배에 숨어 상하이로 망명해 이듬해 항저우 홍도여학교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1923년 졸업 후 약 5개월간 인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기록이 전해진다. 이 기간 비행사의 꿈을 키우며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이후 윈난 항공학교에 입학해 1925년 비행사가 된 후 다시 상하이로 돌아왔지만 임정 재정이 열악해 항공대 창설은 불가능했다. 

그는 계속 비행연습을 위해 중국 비행대에 들어가게 된다. 임시정부 충칭 시기에 민간인 신분으로 중국 국민당 정부 육군참모학교 교관으로 활동했다. 또 정정화, 연미당과 한국애국부인회 재건에도 함께 했다. 

한편, 영화 <청연(2005)>은 박경원을 한국 최초 여성 비행사로 등장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경원은 1927년 일본정부 공인한 자격증을 받았으나, 권기옥은 1925년 군인 신분으로 비행사가 됐으므로 최초 비행은 권기옥 선생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연미당(1908~1981)
윤봉길 의사 폭탄 보자기 제작 
인성학교 졸업생 

 

  

 

 

 

 


연미당은 부친, 숙부, 남편, 딸이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북간도 용정에서 태어난 연미당은 중국 세관 공무원이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한 아버지(연병환)와 삼촌들의 독립운동을 보고 자랐다. 1920년 12살 때 상하이 세관으로 전근한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로 내려와 인성학교를 다녔다. 다시 아버지를 따라 장쑤성 진강으로 옮겨 진강여중을 다녔다. 

1926년 아버지가 사망한 후 상하이에 정착해 항저우,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강, 충칭까지 8000㎞의 대장정을 김구, 이동녕, 이시영 선생 등 임정 요인들을 모시며 함께했다. 습격 당한 김구 선생, 폐결핵으로 고생하던 이동휘 선생(임정 초대 국무총리) 등을 간호하는 등 독립운동가들을 도왔다.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을 싼 보자기를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인성학교 옛터 
•黄浦区马当路388号(SOHO复兴广场) 


이화림(1905~1999)
윤봉길 이봉창 의거를 도운 불꽃 같은 여성투사

 


이화림 선생은 1905년 평양에서 출생해 중국 다롄에서 사망했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중국인(조선족)으로 생을 마감했다. 임시정부, 한인애국단, 조선민족혁명당, 중국공산당 활동을 하며, 독립운동가로, 군인으로, 의사로의 삶을 살았다.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일 당일 100미터쯤 뒤에서, 양장 차림의 젊은 여인이 윤봉길 선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인은 윤봉길 선생이 공원 안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사라졌다. 앞서 몇 달 전, 일본에서 미완의 거사로 끝난 이봉창 의사를 도운 것도 이 여인이었다. 이 여인이 바로 독립운동가 이화림 선생이다.

위안창리 13호에 위치한 ‘김해산의 집’은 이화림과 직접적인 인연이 닿은 곳은 아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 당일 김구 선생이 한인애국단 단원인 김해산에게 소고기를 사다주며 아침식사 준비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둘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바꿔 찬 후 대문을 나서 홍커우 공원(루쉰공원)으로 향했다. 김해산의 집은 김구와 윤봉길이 마지막 식사를 나눈 역사적인 장소인 것이다.

 


 

 

 


위안창리 13호는 1930년대 상하이 주택양식을 유지한 채 현재 개인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구에는 대한민국청소년동아리 학생들이 ‘김해산 거주지’라는 씌여진 문패를 볼 수 있어 방문자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이화림 선생은 25살에 상하이로 왔다. 그는 한인애국단에 들어가 김구 선생의 비서 역할을 했다. 사격과 무술을 익혀 일본 밀정을 유인해 살해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상하이 의거 후 그는 테러만으로 독립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해 임정과 김구와 결별한 후 조선혁명당에 가입했다. 중일전쟁 중 조선의용대에 합류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이후 여성독립군을 이끌고 중국 곳곳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해방 후 옌안의과대에서 의술을 배운 후 의사로의 삶을 살다 1950년 한국전쟁 소식을 듣고 인민군으로 참전한다. 이후 선양으로 돌아와 다시는 조국을 가지 못한다. 다롄 조선족노인협회 명예회장으로 지내다 1999년 생을 마감한다.

전지현 주연의 영화 <암살> 주인공이 이화림이라는 주장이 나올 만큼, 그는 1920년대 상하이에서 목숨을 건 항일무장투쟁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다.

김해산의 집
•黄浦区元昌里13号(雁荡路56弄13-46号)


허정숙(1901~1991)
여성의 지위향상과 조선의 독립을 위해 활동한 新여

 


세 명의 여성혁명가 이야기 <세 여자> 중 한 명인 허정숙은 1920년 상하이로 유학을 왔다. 중국 공산당이 설립한 최초의 외국어전문학교이자 혁명간부 양성학교인 상하이외국어학교(外国语学社)에 입학했다. 유학 중에 박헌영, 임원근 등 사회주의자들과 교류하게 된다.

화이하이중루 위양리(渔阳里)의 상하이외국어학교 옛터는 잘 보존돼 있다. 100년 전 이곳은 중국 초기 마르크스주의 전파의 중심지였다. 중국 공산당의 발원지이자 초창기 중요 행사장으로 20세기 중국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 중국의 꿈(中国梦)이 시작된 곳이다.

위양리는 신(新)•라오(老)로 구분돼 있다. ‘라오위양리’ 2호는 천두슈(陈独秀)의 20년대 상하이 거주지였다. 또한 <신청년>지 편집부가 있던 곳이자, 중국 공산당이 설립한 준비처이기도 하다. 외국어학교가 들어선 ‘신위양리’를 난창루(南昌路)와 연결하면서 신•라오 사이에 작은 농탕(弄堂)이 있어 이 길을 '공산주의 통로(共产主义通道)'라 불렸다.

 

 

 


허정숙은 이곳에서 6개월을 공부 한 후 1924년 신흥청년동맹을 비롯, 5월에는 조선여성동우회 결성에 참여했다. 1925년에는 주세죽 등과 함께 경성여자청년동맹을 결성하는 등 여성운동계에서 맹활약했다.

또한 1925년 8월에는 ‘신여성’ 잡지에 특집 ‘단발호’를 실어 여성 단발을 주창하는가 하면, 수가이(秀嘉伊, sky)라는 필명으로 1928년 1월 동아일보에 ‘부인운동과 부인문제 연구’를 3회 연재하는 등 여성 의식 계몽을 위한 글을 쏟아냈다. 여기자에서 광선 치료사까지, 사회운동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도 스스로 해결하는 가운데 월급을 몽땅 털어 운동 경비에 쓰고, 부족하면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이화림 선생과 마찬자기로 조선민족혁명당에 가입하고 조선의용대에 참여했다. 해방 후 북한에서 조선로동당출판사를 책임지는 등 이후 주요 요직을 지내며 90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북한에서 크게 애도했다고 전해진다.

상하이외국어학교(현, 위양리(渔阳里)
-淮海中路567弄(渔阳里)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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