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경제가 장난이 아니다. 춥다 못해 참혹하기까지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융으로 시작된 불황이 실물로 전이되고 있는데, 그 실물 경제의 불황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불황이라는건 심리적인 부분도 큰 부분이기 때문에,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겠지라는 기대 섞인 바람을 가져본다. 중국 정부는 불황이 올해 말부터 사그라들거라 발표를 했다. 과연 가능할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자. 중국이 살아야 한국도 회복 속도가 빠를테니 말이다.
이번부터는 필자가 EMBA를 하면서 수업 내용을 통해 다루어졌던 내용 중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위주로 공유하고자 한다. 그 첫번째로 오늘은 ‘혁신’에 관한 내용이다. 혁신(Innovation)은 우리가 가장 쓰는 말이면서도 실제 가장 어려운 말 같다. 흔히들 아이디어가 혁신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혁신은 아이디어 이상의 실제 실행(Execution)까지를 의미한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실제 상품으로 실현되지만, 더 많은 아이디어는 못다 핀 꽃처럼 그냥 잊혀져 가기 때문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는 이 세상 누군가가 동시대에 혹은 이미 생각했던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진정한 차이는 그 아이디어를 누가 먼저 실현하느냐에 달려있다.
질레트 면도기는 한 날 면도기에서 과감히 두 날, 세 날 면도기를 차례차례 선보임으로써 혁신을 이어갔다. 조직 내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기존의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두 날 면도기를 시장에 출시하면 한 날 면도기가 타격을 입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왜 질레트는 그러한 위험을 감수했을까? 이유는 다른 경쟁자들이 먼저 두 날을 출시하기 전에 선점하고 싶었던 이유일거다.
나를 스스로 파괴하지 않으면 남에 의해 내가 파괴되기 마련이다. 혁신적인 아이디를 가지고도 조직 내에서 눈치를 보느라 그것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위험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누군가 경쟁자의 혁신에 의해 도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경쟁은 바로 혁신의 경쟁이고 실행력의 경쟁이다.
호주의 한 목축 가공 회사가 중국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면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중국의 소비자들이 자사의 제품을 흔쾌히 소비해 줄까를 두고 말이다. 사실 돼지고기야 중국에 더 많고 싱싱한 제품들이 널려있지 않은가? 한식당에서 생 삼겹살을 드셔본 분들이라면 중국 돼지의 품질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아실 것이다. 이 회사가 시장조사를 통해 내놓은 아이디어는 바로 돼지에 날개를 다는 것이었다. 이름하여 ‘에어포그’. 호주에서 중국까지의 거리를 감안할 때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바로 제품의 신선도였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은 매일매일 항공 운송으로 신선한 제품이 배달 된다고 마케팅을 했던 것. 제품의 포장도 세련되게 출시하여 시장에서 일대 붐을 일으켰다.
불황의 늪이 아무리 깊고 길어도 언제나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분명 새로운 혁신은 늘 존재하며, 그 혁신을 실행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성공한 사업가가 늘 강조하시는 말이 있다. 성공을 위한 전법은 많지가 않다고 오로지 ‘배수의 진’이 있을 뿐이라고. 돼지에 날개를 달고 배수의 진을 친다면 이 불황을 좀 더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신동원(다음차이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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