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만 개발ㆍ판매하는 이른바 '中 전용 브랜드'를 생산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현대차에 中 전용 브랜드 생산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1일 "중국 정부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기차가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베이징현대의 쉬허이 동사장(법인대표)도 최근 홍콩 이코노믹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중국 독자 브랜드 개발을 준비 중"이라며 "베이징현대가 생산하는 브랜드는 현대차가 기존에 판매했던 차량과는 전혀 다른 브랜드"라고 언급했다. 쉬허이 동사장은 베이징기차 회장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와 베이징기차가 중국 전용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은 이를 통해 현대차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베이징현대에서 개발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국측에 현대차의 기술력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사업 허가권을 쥔 중국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부인하지만 중국 정부가 현대차 베이징 3공장 건설을 허가하면서 '中 전용 브랜드' 카드를 내밀었을 개연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내년 7월께 가동하는 베이징 3공장에서 중국 전용 브랜드가 생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해 베이징현대는 중국에서 70만대를 판매했으며, 기아차까지 합치면 110만 판매로 9%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독일 폭스바겐(19% 점유율)에 이어 두번째 높은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전용 브랜드가 향후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경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한편, 베이징기차가 중국에 진출한 현대모비스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최근 현대차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칭 베이징모비스를 설립해 자동차 부품을 공동 생산하자는 내용이다. 2002년 현대모비스가 중국에 진출할 당시에는 완성차와는 달리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규제가 없어 뒤늦게 투자를 제안하는 것이다.
황석찬 자동차부품연구원 본부장은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자동차 제조만큼이나 자동차 부품 개발이 (자동차) 기술력 확보에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차 기술을 노리는 중국의 행보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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