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를 대상으로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장쑤(江蘇)성 반독점 규제 당국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부품 공급권을 남용해 소매업체와 공급업체 간 담합한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1대에 들어가는 부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할 경우 완성차 12대를 살 수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은 반독점 조사의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고급 승용차 수입 가격과 교체용 부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 조사 착수의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내 수입차 가격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세 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 벤츠에 이어 일본 도요타(Toyota) 자동차의 렉서스(Lexus)도 중국 당국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미노 나오키 도요타 대변인은 “도요타는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IT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 모바일 전문 반도체칩 공급 업체인 퀄컴(Qualcomm), ‘특허 괴물’로 불리는 무선통신 개발업체 인터디지털(InterDigital)에 대해서도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실시했다.
한편, 11일 선단양(沈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반독점 조사는 국제적인 관례이다.”라며 “중국 당국은 위반 사항을 발견할 경우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제재, 처벌한다. 외국계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는 13일 성명을 발표해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한, 성명은 “중국 반독점 당국은 제대로 된 심리도 없이 유럽 기업이 불공정한 처벌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반독점법이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고 강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한 행정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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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점차 내수 시장을 확대하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일수록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의 안정적 확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경우 장기적인 경제 발전 계획의 차원에서 내수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심각한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 갈등을 내수시장 확대 과정의 ‘부의 재분배’를 통해 해결해 보려는 목적도 있다.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중산층의 확대를 통해 소비를 촉진해야 하기 때문에 부의 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내수시장은 소득불균형 양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두 개의 시장으로 나누어질 우려도 있다. 중국의 부유층들은 고가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단기간에 중국을 세계 명품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만들었다. 반면 중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인터넷 상거래 시장에는 믿기 힘든 저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양 극단으로 분화되려 하는 중국의 시장을 중간 단계에서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이러한 중산층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고 높은 경쟁력을 갖출 기회도 얻지 못했다. 반면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선진국의 중산층을 타깃으로 상품을 개발해 왔고 경쟁력을 높였다.
중국 정부는 새롭게 형성되는 내수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오랜 기간 중국 투자를 지속한 글로벌 기업들의 목표가 뚜렷한 이상, 중국정부와 외국 기업들 간의 마찰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권혁재, 정무섭, 한시아오, “G2 통상분쟁 시나리오에 따른 한국에 대한 영향과 대응전략”, 경영컨설팅연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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