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특혜 간데없고, 反독점처벌 칼날만 겨눠…
중국 당국이 외국계 자동차 완성차 및 부품업체, 딜러상 등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독일 자동차회사 아우디에 대한 벌금액이 사상 최고액인 18억 위안(약 3006억 원)으로 잠정 결정됐다고 징화(京華)시보가 13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아우디가 중국에서 판매한 48만8488대 금액의 1% 정도에 해당한다. 반독점 행위에 법적으로는 판매액의 1∼10%를 물릴 수 있어 비율상 최저치지만 이 금액대로 부과된다면 지금까지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중국이 부과한 반독점 벌금의 최고 금액이다. 아우디의 11개 딜러에도 최고 5000만 위안이 부과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아우디의 어떤 행위가 반독점 위반인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우디가 지정된 딜러에만 정품 부품을 공급하고, 소비자는 그곳에서만 수리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수리비용이 높아졌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행은 수리 품질 보증을 위한 것으로 어느 나라에서나 이뤄지는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조치는 자동차 가격이나 수리비용을 낮춰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 같은 최근 중국 당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의법 조치’를 보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 독일계 화학회사 A 사장이 10여 년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초상국(招商局·투자 유치 부서) 공무원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환경 노동 등 규제 담당 부서 사람들이 찾아오다가, 사장 개인 비위까지 들먹이며 공안(公安·경찰)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보따리를 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는 중국 경제가 커지면서 외국 기업이 사업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지금 중국은 외자 유치를 위해 초상국이 원스톱 서비스를 하던 시대가 아니다. 루진융(盧進勇) 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과거 외국 기업은 세금 환경 노동 행정 등에서 특혜를 받았지만 지금은 (국내 기업과) 같은 출발선에 섰다”고 말했다.
냉정히 보면 같은 출발선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외국 기업의 불법·탈법이나 애매한 반독점 행위는 ‘모난 돌이 정 맞듯’ 먼저 규제 감독 당국의 ‘칼날’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한국 기업은 역사 영토 북한 문제 등 ‘잠재적 지뢰’ 같은 현안들이 불거지면 소비자의 반발 등 또 다른 도전을 맞을 수 있다. 중일 관계 악화로 최근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황금시대는 지나갔다’는 신징(新京)보의 최근 보도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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