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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의 한 도심에서 최근 열린 뎅기열 퇴치 캠페인.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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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창궐 때처럼 초비상 아니나 속으로는 바짝 긴장
중국의 경제 1번지인 광둥(廣東)성 일대에서 창궐하는 뎅기열의 확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무려 3만여 명 이상이 지난 50여 일 동안 발병하고 이중 6 명이 사망했을 정도면 확실히 그렇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창궐로 인해 천하대란이 일어났던 11년여 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위생 당국이나 시민들이 한결같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은 하고 있는 듯하나 크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위생 당국이 그렇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의 대처법과 예방법 등에 대해 계속 계도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면서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시민들 역시 뎅기열에 대한 위험성을 주지하고 있는 것 같으나 당국을 믿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광둥성 전체에서 가장 극성을 부리는 곳으로 손꼽히는 광저우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매일 300-400명 이상이 모기에 물려 발병하는 곳이라는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고 있다.
이처럼 광저우를 비롯한 광둥성 일대가 사스 창궐 때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뎅기열이 사스와는 달리 모기에 의해 전염될 뿐 사람 사이에는 병이 옮지 않는 특징과 관련이 있다. 한마디로 모기만 조심하면 되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경원하거나 하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했어도 치명적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13일 현재 뎅기열의 치사율은 0.0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당국이나 시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광저우나 선전 등 주요 도시의 곳곳에 나붙은 안내문, 버스와 지하철의 계도 방송 등은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주지 않나 여겨진다. 또 모기들이 집단 서식하는 위생 취약 지대는 하루 두 번은 반드시 방역하는 각급 시 차원의 원칙적인 노력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하나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선전 바로 인근의 홍콩에서는 뎅기열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는 역시 도시의 평균적인 수준이 뎅기열의 발생 유무와 크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분명한 증거가 아닐까 보인다.
현재 광둥성 당국은 뎅기열이 모기가 많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10월 말 경이면 자연스럽게 퇴치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어쨌든 광둥성 당국이나 시민들이 절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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