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자사제품에 열광한게 아니라 한국산 찾았을 뿐…" 자성
-한류 열풍 반사이익 올바르게 해석해야
-한국식 성공 모델 끼워 맞추기 아닌 ‘표준 모델’ 만들어야, 자성의 목소리
-지난 7월 문 연 상하이 1호점 셴샤루점 폐점, 현재 상하이 환치우강점 1개 운영
-중국 사업 파트너 물색, 시장 영향력 행사할 수 있도록 최소 30여 개 매장 운영 계획
국내 헬스·뷰티 전문점 1위 CJ 올리브영은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 해외 1호점인 ‘상하이 센샤루점’을 오픈했다가 진출 5개월 만에 문 닫는 아픔을 맛봤다. 상하이 홍차오 중심상업지구 내 ‘L애비뉴 상하이’ 지하 2층에 자리한 1호점 반응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CJ올리브영은 지난해 31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한국에서 400개 점포를 내고 승승장구하며 자신감 넘쳤던 상황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원인 분석 결과 회사 측은 중국 소비자에 대해 오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반응만으로 중국 시장 전체를 가늠하거나 단순히 한국식 포맷을 옮겨간 것이 패착의 이유였다.
CJ올리브영이 최근 중국 진출 실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만리장성 공략을 앞둔 국내 기업에게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 회사는 다양한 현지화 테스트와 더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성공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중국 본토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각오다.
15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조찬포럼에서 만난 강철구 CJ 올리브영 경영지원실 상무는 “중국인 소비자는 올리브영을 찾는 게 아니라 한국 제품을 찾는 것이었다”며 “이제껏 한류를 잘못 해석하고 유통에 활용해 실패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중국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설익은 전략으로 잘못 접근했다가 큰 코를 다친 셈이다. 중국 최대 드럭스토어 ‘왓슨스’의 공세도 힘에 부쳤다. 경쟁사 견제 또한 고려 대상에 넣지 못한 것이다. 또 중국 진출에 욕심이 앞서 회사 체격보다 빨리 달려온 탓이 크다는 것도 실패의 이유로 꼽았다. 너도나도 중국에 진출하는 마당에 명확한 전략 없이 한국에서 잘 되면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는 반성이다.
강 상무는 “한국에서는 (소비자 스스로 필요한 상품을 고르는)셀프 초이스 방식이 통하는 구조였지만 꼭 이것이 중국 시장에서도 먹히는 건 아니였다”며 “올리브영은 한국식 비즈니스 포맷을 그대로 중국 시장에 옮겨 구현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중국 내 규제와 문화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사업 파트너를 제대로 선정해 그 나라 시장 성격에 맞는 표준모델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털어놨다.
강 상무는 또 중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개 매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30개가 CJ올리브영이 자생력을 갖고 현지 파트너와 협상력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매장이라는 것. 이에따라 CJ올리브영은 중국에서 최소 30개 매장을 내년까지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 회사는 1호점 실패 이후 지난해 8월 다시 상하이에 둥지를 튼 2호점인 ‘환치우강점’을 테스트베드로 중국 시장 전략을 다시 짰다. 1호점 때와 달리 한류가 강세인 점을 감안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기존 5~10% 미만에서 20% 이상 늘렸고, K뷰티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활발히 진행했다. 또 국내와 마찬가지로 유커들이 즐기는 마스크팩과 크림 등 ‘워너비 코리안’ 제품을 강화하고 한국 뷰티 클래스 등의 이벤트도 마련했다. 환치우강점이 입점한 글로벌 하버시티는 백화점은 물론 문화레저, 오락시설을 두루 갖춘 신흥쇼핑몰로 ‘뉴 밀레니언스(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로 1982~2000년 출생자)’가 주로 지갑을 여는 곳이다. 뉴 밀레니언스가 향후 20년의 소비 주체로 떠오른 만큼 올리브영은 이들의 소비력을 발판삼아 중국 본토 공략에 다시금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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