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공감 한 줄]
리스본행 야간 열차
한 남자의 인생을 바꾼 기적 같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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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메르시어(지은이), 전은경(옮긴이) | 들녘 |
원제 Nachtzug nach Lissabon(2004년) |
“우린 모두 여럿, 자기 자신의 과잉, 그러므로 주변을 경멸할 때의 어떤 사람은 주변과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주변 때문에 괴로워할 때의 그와 동일한 인물이 아니다. 우리 존재라는 넓은 식민지 안에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포루투갈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일기들을 모아 출판한 책의 이름이 '불안의 서'이다. 한국에서는 소설가 배수아가 번역하여 출판했다. ‘리스본행 여간열차’의 작가는 소설 앞 부분에 페소아의 글을 인용해두고 있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스위스 베른에 있는 학교에서 라틴어, 헤이라이어를 가르치는 고전문헌학자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천재 학자, 완벽한 학자의 삶으로만 살아왔던 그였다. 어느 겨울 아침, 차갑게 몰아치는 소낙비와 맞서며 출근을 하던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키르헨펠트 다리 난간에 팔꿈치를 붙이고 서있던 그녀의 하이힐에서 발끝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향해 달렸다. 예고도 없이 그의 삶에 침범해 들어온 여자였다. 그녀의 포르투기스(포르투칼어)는 가볍고 길게 늘어져 나비가 너울거리는 것 같았다.
목소리와 빨간 색 겨울 코트를 남겨놓고 떠난 그녀를 잊지 못하던 그는 서점에서 운명처럼 책 한 권을 만난다. 역시 포르투기스로 쓴 책이다. 저자의 이름은 '아마데우 프라두', 책의 제목은 '언어의 연금술사'. 한 번도 일탈을 생각해보지 않은 그레고리우스는 주체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탄다.
야간열차에서 이 문장을 만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지금껏 하나의 삶으로만 살아왔던 그는 프라두의 문장을 매만지며 눈을 창 밖의 어둠으로 돌린다. 불빛들이 자꾸 뒤로 밀려날 때, 그는 자신 안에서 지금껏 꺼내보지 않았던 다른 삶을 더듬기 시작한다. 자신이 존경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한 문구를 인용하며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버린 학교에 쓴 편지는 다음 날 아침이면 교장 손에 도착할 것이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살라자르 독재 시대에 청춘을 살다가 1973년 혁명이 일어나던 날 세상을 떠난 포루투갈인 아마데우, 억제할 수 없는 천재성으로 철학자이자 시인이 되기를 원했으나 의사이었던 그는 독재정권의 살인마라고 불리던 멘제스를 살려낸다. 우정을 더욱 신뢰했던 그는 레지스탕스 친구 조지가 사랑하던 여인과 마주쳤다. 그가 독재 정권 하에서 판사였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우연이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우연히 찾아온 동맥류가 터지면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푸라두의 삶을 추적하던 오십여 일, 그런 일탈을 경험하기 전의 그레고리우스와 베른으로 돌아온 그는 같은 사람일까? 그는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다. 외견상의 일상은 야간열차를 타기 전과 거의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의 삶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그가 유리알 같은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쓰다가 가볍고 세련된 안경으로 바꾼 것처럼, 그는 인생을 좀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것이다. 자기 내면의 다양한 자기와 대면하면서 삶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그 안에서 우연으로 만나게 될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시를 쓰게 될 것이다.
중국 생활 19년인 필자가 쓴 <선한 영향력>은 인생의 태도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링이 되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책이 올해 11월말에 출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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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포르투갈 | 로맨스/멜로, 스릴러 | 2014.06.05 | 111분
감독 빌 어거스트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마르티나 게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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