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오늘부터 서울우유 등 5개사 실사
한국산 흰우유가 다시 중국에 수출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과잉 공급으로 분유 재고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단됐던 중국 수출이 재개되면 벼랑 끝에 내몰렸던 낙농가와 유업계의 숨통이 어느정도 트일 전망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 '명품 우유'로 대접받는 한국산 우유가 수출되면 'K-푸드'의 세계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중국 정부, 국내 5개사 실사
한국산 우유의 수출 재개 여부를 위해 중국 실사단이 현재 국내 유업체들의 생산공장을 방문 실사 중에 있다.
서울우유 경남 거창 공장(28일)을 시작으로 29일 매일유업(전북 고창), 30일 데어리젠(강원 원주), 31일 삼양식품(강원 원주), 2월 1일 연세우유(충남 아산) 순으로 실사가 이뤄진다.
우유 수출을 위해 실사를 신청한 5개 업체 외에도 기존 발효유와 커피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동원F&B(전북 정읍)와 남양유업(충남 천안)도 후속 점검 차원에서 방문한다.
실사단은 중국 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위원회 1명과 수출입검험검역국 4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한국산 흰우유(살균유)에 대해 전면 수입을 금지시켰다. 한국 우유가 중국 정부에서 규정한 살균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살균유의 기준을 HTST(high temperature shot time) 살균 공법에 의해 생산된 우유로 한정하고 있다. HTST 공법이란 75도 이상에서 10분 내외로 살균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살균 온도가 132도가 넘게 되면 멸균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국의 기준과 달리 국내 살균유는 UHT(ultra-high temperature) 살균 공법(130도 이상에 1~2초간 살균)으로 생산된다. 때문에 중국은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가 멸균유라며 수입을 중단시켰다.
이같이 대중국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국내 유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하에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위생 기준에 맞는 살균유를 시험 생산한 후, 관련 데이터를 보내 중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왔다.
국내 우유 소비 감소로 분유 재고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낙농가와 유업계가 생존을 위해서는 중국 수출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유업계, 중국 수출 낙관
일단 유업계는 중국 수출 재개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시험 생산 데이터를 중국 정부에 보내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 이번 실사는 최종 확인 차원에서 방문했다고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중국 정부에 최대한 빠른 수출 재개를 요구하고 있어, 실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수개월 이내로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가 마지막까지 이뤄져야 결정이 되겠지만, 중국 정부가 국내 유업체들이 시험 생산한 데이터에 만족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대중국 수출 재개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재개되면 공급 과잉으로 고민에 빠진 국내 유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출이 중단되기 전까지 중국에서 한국산 우유는 '명품 우유'로 불려지며 6000원 이상(1ℓ)에 팔렸다. 연세우유는 연간 200억원 가량 수출을 했으며, 서울우유도 60억원에 이르렀다. 수출 물량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의 재고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유업계 생존 … "중국 수출 재개에 달렸다"
지난해 국내 분유재고는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분유 재고는 지난해 11월 기준 1만6816t이다. 2013년 7328t보다 2.2배 많고, 우유 파동이 일어났던 2002년 1만3641t을 웃도는 수치다.
출산율 저하와 우유를 대체할 수 할 수 있는 식품들이 넘쳐나면서 우유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원유 생산량이 증가해, 공급 과잉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우유는 농가당 젖소 3마리씩 도축하기로 결정하는 등 원유 생산량 감소를 위해 어쩔수없이 나서고 있다.
내수 시장의 적신호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출 판로 확대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중국 수출 재개를 위해 이번 실사에 유업계는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우유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우유 소비율 저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업계와 낙농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중국 수출 재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아주경제 전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