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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월대보름, 원소절(元宵节)

[2015-03-04, 14:58:15]

 

우리나라의 정월대보름 격인 원소절은 중화권에서 지내는 전통 명절 중 하나로 음력 1월 15일을 말한다. 원(元)은 음력의 첫 번째 달 정월을 뜻하며 소(宵)는 밤을 의미하는 옛 말이다. 1년 중 첫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밤이라 하여 원소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상원(上元), 원월(元月), 원석(元夕), 원야(元夜), 원절(元節)이라고도 부르며, 등불을 내건다고 해서 등절(燈節), 등화절(燈火節), 등롱절(燈籠節), 등석(燈夕)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 이름 또한 ‘등 축제(Lantern Festrival)’다. 젊은 남녀가 만날 기회가 적었던 과거에는 밤새 이어지는 원소절 등불 축제가 만남의 장이 됐다고 해 중국의 발렌타인데이라고도 불린다.

 

원소절의 기원
약 2000년 전 상고시대 사람들이 시골들판에서 벌레를 쫓으면서, 해충이 줄어들기를 기원하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길 기도하는 데서 불을 밝히는 세시풍속이 시작됐다. 오늘날에도 중국 서남의 일부 지역의 사람들은 정월 15일이면 횃불을 높이 들고 한 데 모여 춤을 추는데 특히 수•당•송나라 이래로 한 때 크게 성행했다. 당시 이 춤에 참여하는 사람이 수만에 이르렀으며, 아침부터 시작해 밤이 돼서야 끝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시풍속이 크게 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중국 전통 민간 명절로 남아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되는 이 특별한 시간을 통해 자신의 소망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시풍속을 ‘원소절’로 지정한 것은 한나라 문제(文帝)에 들어서다.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高祖)의 부인 여후(呂后)는 대단한 야심가였다. 남편이 죽자 어린 아들 혜제(惠帝)를 즉위시키고 자신이 모든 실권을 잡았으며, 생전에 한고조(유방)이 총애했던 후궁과 그 아들을 잔인하게 죽였다. 혜제가 죽고 난 후에는 자신의 친족인 여씨 일족을 고위고관에 등용해 ‘여씨천하’를 이뤘다. 하지만 여후가 죽자 곧 유씨정권 옹호파로부터 여씨 일족을 주멸하고자 하는 ‘여씨의 난’이 일어났다. 마침내 여씨 정권이 붕괴하고 고조의 차남 유항(劉恒)이 문제로 즉위했다. 문제는 여씨의 난을 평정한 정월 15일을 ‘민족의 기쁜 날’로 기리며 ‘원소절’로 지정했다. 성안에는 집집마다 등불을 달고 비단띠를 매어 이 날을 축하했다. 이때부터 정월 15일은 온 세상이 다같이 기뻐하는 민간 명절이 되었다.

 

한무제(汉武帝) 때에는 우주 일체의 신을 주관하는 태일신(.太一神)의 제사일을 정월 15일로 정했다. 사마천이 역법 ‘태초력(太初历’’을 제정할 당시에 이미 원소절은 중요한 명절로 기록되어 있었다.

 

한편, 원소절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도교의 ‘삼원설(三元说)’에서 기원했다는 주장도 있다. 도교에서는 일찍이 정월 15일을 상원절(上元节), 7월 15일을 중원절(中元节), 10월 15일을 하원절(下元节)이라 하여 이를 한 데 합쳐 삼원절이라 했다. 한나라 말 도교에서는 신으로 모시던 천궁, 지궁, 수궁 중 정월 15일생을 상원천궁이라 불렀다. 남송 오자목(吴自牧)의 저서 <몽량록(梦粱录)>에는 “정월 15일 밤에는 상원천궁이 복을 내리는 날이다. ‘상원절에는 등불을 밝혀라’”라는 기록이 있다.

 

 

원소절의 역사
원소절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만큼 시대별로 명절을 지내는 기간도 각기 달랐다. 한대에는 정월 15일 하루, 당대에는 3일, 송대에는 5일을 경축기간으로 지냈다. 명대에는 초파일에 불을 밝히기 시작해 정월 17일 저녁까지 내리 열흘이 지속됐는데, 이는 춘절과도 연결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일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청대에 이르러서는 용춤(舞龙), 사자춤(舞狮), 뱃사공춤(跑旱船), 나무사다리춤(踩高跷), 모내기춤(扭秧歌) 등이 추가됐으며 기간은 4 내지 5일로 단축됐다.

 

원소절에 얽힌 이야기
하나, 동방삭과 원소
한무제 때, 선량하고도 현명한 동방삭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어느 겨울날 동방삭은 우물에 뛰어들려는 한 궁녀를 구해냈다. 그 궁녀의 이름은 원소(元宵)였으며,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만날 길이 없어 죽을 결심을 한 것이었다. 동방삭은 원소에게 꼭 가족을 만나게 해주리라 약속했다.

 

하루는 동방삭이 궁을 나와 장안 거리에서 점괘를 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모든 사람의 점괘가 “정월 16일에 불에 타게 될 것이다”라고 나왔다.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피할 방법을 물었다. 동방삭은 “정월 15일 저녁에 불의 신이 보낸 붉은 옷을 입은 신녀가 사전 조사차 오는데 그가 바로 장안을 불태울 사자(使者)다. 문장을 써 줄 테니 황제와 함께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 쪽지를 들고 황궁에 달려가 황제에게 알렸다. 무제가 받은 쪽지에는 ‘장안은 약탈당하고, 궁궐은 불탈 것이며, 15일간 불이 지속되니, 화염이 밤을 삼킬 것이다’라고 쓰여있었다. 놀란 무제가 지혜로운 신하 동방삭을 불러 묻자 동방삭은 대답했다.

 

“불의 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탕원(汤圆)이라고 합니다. 궁녀 원소가 자주 탕원을 만들어 올리지 않았습니까? 15일 밤에 원소에게 탕원을 만들게 하고, 향을 피워 제를 지내게 하십시오. 더불어 집집마다 탕원을 만들어 바치게 하고, 모든 이가 등불을 들고 나와 폭죽을 터뜨리면 온 성이 큰 불이 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불의 신이 만족할 것입니다. 또한 장안 밖의 백성들도 성 안에 들어와 등을 구경하게 하면 군중 속에 섞여 화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제는 그대로 행하도록 명령했다.

 

 

 

15일 밤 장안성 안은 화려한 등불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그들 중에는 원소의 가족도 있었다. 그들은 큰 등에 적힌 원소라는 글자를 보고 반갑게 그 이름을 외쳤고, 원소는 그 소리를 듣고 나가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장안성이 무탈하게 잘 16일을 보내게 되자 무제는 크게 기뻐하며 매년 정월 15일에는 탕원을 만들고 제를 올릴 것을 명령했다. 그 후로 정월 15일에는 모든 성에 등을 달고 폭죽을 터뜨리는 풍습이 생겼다. 또한 원소가 만든 탕원이 가장 맛있다 하여 이 날을 원소절이라 부르게 됐다.

 

둘, 원세개와 원소
원세개는 무단으로 정권을 탈취한 신해혁명 이후, 줄곧 인민들의 반대와 비난을 두려워했다. 하루는 거리에서 원소를 파는 사람이 늘어지게 외치는 “위엔ㅡㅡ샤오” 소리를 듣고는 ‘위엔샤오(元宵:원소의 중국어 발음)’가 ‘위엔샤오(袁消:원세개가 소멸하다는 의미)’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에 원세개는 자신이 제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1913년 원소절을 앞두고 ‘원소’라고 부르는 것을 금지시켰다. 대신 ‘탕원(汤圆)’이나 ‘분과(粉果)’라고 부르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계속 원소라 불렀으며, 그의 정치생명이 끝나면서 원소절은 자연스레 본래의 이름을 찾게 됐다.

 

원소절의 세시풍속
등롱 달고 비단으로 장식하기
정월 15일에 등을 밝히는 것은 원소절이 생겨난 이후 줄곧 이어져 온 전 시대를 아우르는 성대하고 중요한 의식이다. 사람들은 비단실로 꾸민 형형색색의 등을 구경하고 폭죽놀이를 즐긴다. 인물, 동물, 꽃, 풍경까지 등롱의 모양도 무늬도 가지각색이다. 아침까지 이어지는 한밤의 등불축제는 가히 장관을 이룬다. 등의 주변에 말이 달리는 그림을 붙인 원반을 돌려 마치 말이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주마등’도 여기서 유래했다.

 

등롱 수수께끼 맞히기
등에 수수께끼를 적어 내걸면 사람들은 그 답을 맞히는 이 풍습은 춘추전국시대에 부자들에 대한 풍자와 해학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도 원소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수수께끼를 내고 맞히기를 즐기는데 일년 내내 기쁨이 넘치고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탕원 먹기
원소절의 꽃은 단연 전통 음식인 ‘탕원(汤圆)’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찹쌀을 동그랗게 빚어 안에 팥, 설탕, 깨, 땅콩 등의 다양한 소를 넣어 만드는데 지역과 풍습에 따라 끓여먹기도 하고 찌거나 삶아 먹기도 한다. 동그란 모양은 가족의 단란함과 화목함을 상징한다. 원소절에 먹는다 하여 원소라고도 불린다.

 

 

자고(紫姑) 맞이하기
전설에 따르면 부잣집의 첩이었던 자고는 정월 15일 밤 정실부인의 질투로 변소에서 죽음을 당했다. 그녀의 혼을 달래고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볏집으로 그녀의 형상을 만들어 제를 올렸다. 이 풍속은 초기 남북조시대에 성행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밖의 세시풍속
긴 용 형상의 등을 여러 사람이 들고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유려하게 춤을 추듯 연출하는 용춤과2인 1조로 사자탈을 쓰고 높은 곳을 오르내리면서 관객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하는 사자춤, 뱃사공춤, 나무사다리춤, 모내기춤 등도 원소절의 대표적인 세시 풍속이다. 또한 쌀죽을 끓여 쥐 쫓기, 부녀자들이 벽을 돌거나 다리를 건너는 질병 쫓기 등의 풍습이 있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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