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살면서는 친구를 잘 사귀었는데 상하이에서는 도무지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요."
베이징에서 살다 온 지인의 얘기를 듣고 보니 나도 처음 상하이에 와 칭푸에 5년을 지내면서 가까이 지낸 친구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그저 내 성격이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단지에 대부분이 상하이 말을 쓰는 사람들이고 또 상하이사람들의 성향이 같은 중국인이어도 다르다는 걸 살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워낙 큰 나라여서 남방과 북방의 기질도 여러 민족의 기질도 방언도 각각이다 보니 가끔은 한나라의 통치를 받는 국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후 한국인들의 거주지역에서 또 5년을 지내며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조금도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교제하며 지내다 다시 이곳 칭푸로 온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중국생활 12년차, 예전에 내가 살던 이곳엔 여전히 한국사람도 없지만 상하이 친구도 없다. 시장에 채소가게 과일가게 가면 반갑게 인사하는 단골(?)아줌마, 일주일 몇번 오는 도우미아줌마가 있긴 하지만 친구라 할 수는 없다.
언젠가 한번은 새해 목표가 상하이친구 사귀기로 정한 적도 있었지만 직장인도 아니고 주부가 집집마다 굳게 닫힌 문을 두고 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쉽지만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름대로 이곳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어느 날 나에게도 친구하자고 손 내미는 사건이 일어났다.
진회색의 길냥이 한마리.(문 앞에 사료와 물을 준비해놓은 집들이 여럿인걸 보면 중국인들은 특별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단지엔 한가하게 때론 치열하게 지내는 냥이가 적지 않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만남은 어느 날 그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몇 번을 냐옹 냐옹 하더니 다가와 나에게 몸을 비비며 애정을 표현하는걸 시작으로 특별한 관계가 시작됐다. 뭐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나에게 손을 내밀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내가 외출해서 돌아올 때 단지를 돌며 운동할 때 시시때때로 나타나 애교를 부리거나 몸을 비비면서 갸르릉 갸르릉 소리를 낸다. 특히 다른 고양이들이 있을땐 더욱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때론 문 앞까지 따라와 함께 들어가고 싶다는 걸 표현하기도 한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고 어릴 때 길러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당장 식구가 되고 싶지만 가족의 반대와 혹시 내가 먹을 것을 주는 거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며 나무라니 어쩔 수 없이 매정하게 닫힌 문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서는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찌 전할까.
그렇지만 "나비야~"내가 부르면 반갑게 달려와 갸르릉 대는 상하이에서 사귄 친구. 식구들의 반대로 초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나면 서로 반갑게 다가가 웃을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그 녀석. 말로 의사를 전할 수 없지만 어찌 감정이 말로만 통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상대가 누구건 ‘친구’ 그 자체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걸.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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