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 누워 잠시 고민되는 시점이다. ‘창문을 열어놓을까? 닫을까?’ 온 몸에 땀이 나서 급하게 샤워를 하던 때도 지났다. 샤워를 하기 전 팔 다리는 살짝 간지럽기도 하고 온수에 몸을 담그는 일이 한결 자연스러운 때가 온 것이다. 옛날에는 이 무렵을 ‘백로(白露)’라고 했다. 밤에 기온이 낮아져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이다. 낮에는 아직 여름이 남아 있지만 밤에는 가을이 온다. 이런 ‘변덕쟁이’를 관리할 때가 된 것이다.
낮동안 햇볕은 보약
한낮에는 20분 정도 걸어 다니면 더운 기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쨍한 햇볕에 얼굴을 꽁꽁 싸매고 그늘을 찾아 다니는 것이 나을까? 아니다. 지금 햇볕은 여름 동안 쌓인 습을 빼내고 아이의 성장을 돕는 비타민 D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팔다리를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가볍게 산책하듯이 2~30분 정도 걷는 것이 좋다. 체력과 면역력을 기를 수 있도록 아침, 저녁보다는 낮에 햇볕을 쬐며 활동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땀을 흘렸다면 수시로 물을 마셔 몸의 진액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정도면 된다.
건조해진 피부는 보습제로
해가 지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아이 보습 관리에 신경을 써준다. 차갑고 건조해지는 바람은 폐와 피부를 괴롭게 한다. 한방에서는 폐의 기운이 피부를 조절한다고 보는데 실제 수분 손실의 50% 내외가 폐와 피부에서 이루어진다. 건조한 가을 기운 탓에 폐장이 건조해지면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각질 같은 발진이 돋기도 하는데, 특히 태열이 있는 아이들은 증상이 심해져 아토피 피부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비누 사용을 줄이고 목욕은 하루에 한 번 정도, 가벼운 로션으로 시작해 날씨가 본격적으로 차가워지는 가을철에는 크림 형태의 보습제를 이용해도 좋다.
새벽 4시, 한기가 찾아오는 때
한밤중 이후에는 환기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새벽 온도 조절이 중요한데 아이들은 낮동안 받은 더운 기운으로 잘 때 찬 곳을 더 찾으려고 하기에 호흡기가 놀라기 쉽다. 아이가 잠 드는 밤 9~10시 무렵에는 최대한 방을 시원하게 해서 재우는데 이때 바깥 온도가 20~24도 정도라면 창문을 열어 재운다. 18도 이하라면 창문을 모두 닫아 찬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무래도 아이는 이불을 잘 덥지 않으므로 얇은 내복처럼 긴팔 상의와 긴 바지를 입혀 재우는 것이 좋다. 특히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새벽 4시 무렵, 벽에서 붙어 자는 아이, 이불을 걷어차는 아이라면 이불을 챙겨 덮어주고 배에 수건이라도 올려줘야 한다. 밤 중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이 무렵 벽을 타고 올라오는 한기가 폐와 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기상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의 밤, 새벽 기온을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가을 제철 열매, 몸에도 좋아
가을 제철 열매들은 사람 몸에도 제격이다. 다른 계절에 난 것보다 햇볕을 많이 받아 영양이 높고 질이 좋아 호흡기 질환 예방은 물론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배나 은행, 도라지는 환절기 때 생기는 기침이나 가래 증상에 좋고, 땅콩이나 호두, 잣 등은 폐의 진액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단 과자, 사탕, 껌,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단 음식은 많이 섭취하면 몸 속 진액이 마르고 열이 쌓여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몸 안의 독소를 다스리고 양기를 공급하는 제철 열매와 채소는 몸 속 열을 식혀줄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피부가 튼튼해지고 체내 자연 치유력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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