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광복절 70주년을 맞아 표준시를 변경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 1면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의 표준시간까지 빼앗았다”며 표준시간을 30분 늦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같은 경선상의 우리나라와 다른 표준시를 채택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표준시 변경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표준시
현재 세계 표준시인 UTC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관리하고 있다. UTC는 전세계를 한시간 간격의 24개의 시간대로 나누고 있다. 국가들간의 군사작전, 무역, 관광사업등 많은 분야에서 표준화된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UTC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세계에서 표준시를 30분 앞당기거나 늦춰서 사용하는 국가는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 6개의 지역밖에 없다. 그렇기에 북한이 ITU와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이번 결정이 더욱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의 표준시는 식민지 역사의 잔재?
북한은 ‘일제의 잔재를 정리하기 위해 표준시를 변경한다’고 발표했으나 다소 억지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국제 표준시는 한시간 간격으로 시간대를 정하기 때문에 정확히 기준 경선에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당연히 시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이런 지역들은 가장 가까운 기준 경선의 시간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역시 기준 경선에 위치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경선 기준 시간인 UTC+9, 즉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와 일본이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은 지리적인 특성 때문이지 식민지 역사의 잔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순수한 항일감정으로 이번 표준시 변경 결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의 실제 의도는?
그렇다면 북한 정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관한 수많은 견해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의견은 이번 표준시 변경을 통해 북한 정부의 체제 우월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정부의 주체성과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많은 표준을 바꿔왔으며, 이번 표준시 변경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90년도 말에 김일성의 출생년도인 1912년도를 원년으로 삼는 ‘주체연호’를 만들며 새로운 달력을 만든 적이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표준시 변경을 한국 정부에 대한 도발과 압박의 의지로 본다. 한국과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며 최대한 동질감과 통일의 기회를 없애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표준시 변경의 영향
이번 표준시 변경을 두고 우리정부는 큰 우려를 표시했다. 개성공단 출입 등 많은 분야에서 남북 교류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북한의 실제 의도로 지목된 남북 동질성 조성도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외교관계를 수립한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류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표준시를 바꾼 것은 북한이 그만큼 체제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은 이번 변경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북한이 추가적 발표를 해야 할 수 있겠지만 정부는 이번 결정이 가지고 올 남북 관계 악화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고등부 학생기자 이재환(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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