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30분! 어김없이 아들이 ‘혁명’이라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한다. 쇼팽 에튀드 12번 ‘혁명’-1831년에 쇼팽이 파리에 가던 도중, 쇼팽의 조국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 러시아 군이 침입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쓴 곡으로, 그의 조국을 사랑하는 격렬한 감정이 깃들여 있다.
학교 ‘인성제’ 공연을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연습을 한다. 피아노 전공을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피아노를 배운 결과, 이제는 명곡들도 제법 연주할 정도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아직도 피아노를 배운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피아노를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를 묻는 분들도 있고, 대학입시가 코앞인데 한가롭게 피아노를 칠 여유가 있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들은 부모가 음악에 조예가 깊어서 자식들도 그런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남편이나 나는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운동이나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었다. 그냥 수영 조금 엉성하게 하고, 탁구 조금 민망하게 치고, 피아노는 동요 정도 연주하고, 기타는 가요 몇 곡 기본적인 것만 치는 정도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자식들만은 적어도 우리처럼 여가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단순히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운동 중에 한 종목, 악기 중에 하나는 반드시, 기필코 전문가 수준으로 가르쳐보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레슨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그 일에 능숙해지고 그 일을 즐기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피아노를 가르쳐 본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모두 알겠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우리 아들이 피아노를 지금까지 그만두지 못하고 가끔이나마 레슨을 계속 받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독한 엄마인 ‘나’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선택은 신중히, 선택했다면 그 결과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끝’까지 하도록 했다. 그 끝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스스로 즐길 수 있을 때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엄마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기 때문에 피아노를 계속 배우고 연주한다. 오래 배웠다고 해서 피아노 전공자의 수준으로 연주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음악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독한 엄마 노릇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도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자기를 끝까지 이끌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힘들고 지칠 때는 그만두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피아노 연주가 진심으로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한다. 또 피아노 연주로 반주봉사까지 하니 더욱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주변에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자주 얘기해 준다. 무엇을 가르치든 힘들면 조금 천천히 가거나 쉬운 것부터 다시 해 보라고. 그러나 절대로 포기하지는 말라고.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100이라고 할 때, 흥미와 재미로 갈 수 있는 것은 90까지 인 것 같다. 나머지 10은 땀과 눈물과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꿈을 이룰 수 있다!
▷산호수((samsim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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