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로 현대의학의 눈부신 성장을 보인 지금 이 시대에 와서 왜 ‘중의학’이 건재하고 심지어 미래의학의 중요한 자원으로 각광받게 되는지 생각해본다. 전문가들은 중의학에 대한 국가적인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체계적이고 방대한 중의학 교육기관과 연구기관, 중의(中醫)와 서의(西醫) 간의 상호 개방적인 분위기, 이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중의약 산업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평가한다.
의(醫)는 하나, 학(學)은 여럿, 술(術)은 수만 가지
그것이 무엇이든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지금 중의학이 각광받는다면 그것 역시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부터 ‘의(醫)는 의(意)’라고 하였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의학은 열린 사고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해야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대학원 지도 교수셨던 전세일 교수의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의(醫)는 하나요, 학(學)은 여럿이요, 술(術)은 수만 가지가 넘는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한 투유유 교수
약학전공자였던 중국중의과학원 투유유(屠呦呦)명예교수가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서양의학을 전공했지만 중의학적 모티브를 활용해 1971년 말라리아 퇴치에 유효한 아르테미시닌[青蒿素]을 개발해냈다. 기존 말라리이약보다 10배 효과가 있는 유효성분이었다. 1700년 전 동진(东晋)갈홍(葛洪)의 <주후비급방(肘后备急方)>의 치한열학방(治寒热诸疟方)편에서 ‘(학질에는) 개똥쑥 한줌을 물에 담가두었다 그 즙을 짜서 복용한다.(青蒿一握,水一升渍,绞取汁尽服之)’라는 짤막한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말라리아약을 개발했고 인류의 전염병 퇴치에 공헌할 수 있었다.
본질에 충실, 편견없는 다양한 시도
다른 어떤 학문보다 의학은 가장 동시대적인 학문이다. 중의학은 2500년 전 학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서비스 대상은 바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다. 그래서 의학을 이야기할 때 놓쳐서는 안되는 것은 동서의학의 비교우위가 아니라 서비스대상의 주체가 되는 사람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이 본질이다. 투교수의 노벨생리의학상도 바로 그 본질에 충실하고 편견 없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편견이 병을 키우는 건 아닐까
발목이 아파 1년간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분을 만났다. 일반적으로 발목염좌로 인한 근육인대 등의 연부조직 손상이라면 그렇게 긴 시간 치료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그냥 두어도 조심이 사용하면 한두 달이면 자연치율 될 수도 있데 이분은 왜 1년간의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 했을까? 정적 자세분석을 해보니 골반이 틀어지고 한쪽 발이 짧은 단족(短足)현상이 있는 등 근골격계의 대칭성이 깨져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3~4회의 대칭성 교정만으로도 1년 간의 발목통증이 사라졌다. 중의학의 핵심사상은 음양평형, 평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환자에게 해준 처방은 국부의 문제를 전체로 본 것이고, 일상적으로 보던 것을 다른 게 본 것이고 그로써 평형을 찾아준 것뿐이다. 이 사례를 보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편견을 통해 병을 키우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질병치료는 불균형을 균형상태로 맞춰주는 것이고 질병예방은 편견 없이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아닌지.
의사는 질병 예방법을 안내하는 사람
학부 때 친구들과 함께 생각했던 모토는 '약 없이 건강한 사회'였다. 지금은 '의사 없이 건강한 사회'가 지향점이다. 앞으로 미래에는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이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의침구학전공 의학박사. 의사(중의전공). 현재 만가중의원(万嘉中医门诊部)내 <구전(灸传)이은화 침뜸클리닉>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상하이중의약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구당 김남수 선생의 뜸사랑 정통침구연구소에서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한국 포천중문의대(현, CHA의과대학) 대체의학과 대학원 석사. 전 서울대 의과대학 보완통합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CHA의과대학교 객원연구원, 현 상하이시침구경락연구소 연구원. 박사과정은 상하이시외국유학생장학생으로 연구했고 중국973연구프로젝트 중 뜸연구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평생 건강 생활 건강’에 뜻을 두고 구당 김남수 선생의 무극 보양뜸을 전하고자 지난 2009년부터 상하이에서 무료 뜸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shanghai93@naver.com [이은화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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