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작고하신 어느 작은 시골 교회 목사님과 동행한 일화이다. 어떤 모임이었는데 목사님께선 만나는 분들마다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악수를 청하면서 먼저 "저는 OOO목사입니다"하시며 인사를 하시는 거였다. 종교적인 만남도 아니었는데 하도 궁금해 "목사님, 굳이 신분을 알리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하고 여쭈었더니 웃으시면서 "나를 밝히는 것은 혹시라도 나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고 또 혹시 상대방도 실수를 해 후에 미안해 하거나 당황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로를 몰라 말이나 행동으로 실수해 서로 겸연쩍어한 몇 번의 경험이 있어서 인지 그 말씀 이 어찌나 수긍이 되고 지금도 문득문득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종종 있다.
세계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 도 '너 자신을 알라'고 명언을 남겼고 많은 성현들이 얼마나 자신을 지키려고 수많은 말을 남기고 또 그렇게 살아 왔던가. 오늘도 각종 매체를 통해 자신을 감추고 속이며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를 듣고 보게 된다. 기혼자가 미혼이라 속여 순수한 한 영혼을 짓밟기도 하고 학생이 신분을 망각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고 스승이 사라지고 성직자가 신뢰를 잃고 그야말로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을 잊거나 게을리해서 얼마나 많은 슬프고 아픈 결과들을 초래하는지….
예전에 나이 들어가면서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아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해가 지나 가면서 생각도 바뀌는 것을 본다. 이름을 잊어버릴까 했을 땐 그냥 나를 확인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내가 누구고 내가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기울여지게 된다. 나를 드러내고 주목 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은 욕심들이 나를 알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 앞에서 얼마나 부질없고 부끄러운 일들이었는지 조금씩 깨달아 가면서 작은 생각 몸짓 하나에도 책임이 따르고 신중해야 함을 그리고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의 중요함을 알게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신념을 가지신 부모님의 장녀이고 주어진 삶을 감사로 즐겁게 살아가는 남편의 아내이고 건실한 두 아들의 어머니이다. 그밖에 여러 모양의 나도 있겠지만 이것 만으로도 내가 나를 잊지 말고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요즘처럼 어지러운 소식에 힘들이 때 더욱 생각나는 목사님의 말씀처럼,
"네 저는 부모 입니다."
"네 저는 선생입니다."
"네 저는 성직자입니다."
"네 저는 학생 입니다."
자신을 소리내서 먼저 소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 변함이 없이 잊지않고 끝까지 각자의 길을 신념을 가지고 가는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반갑습니다. 전 OO엄마 입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플러스광고
전체의견 수 0
Today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