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칼럼]
성공적 협상을 위한 6가지 원칙
협상의 시작,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1971년 7월 9일, 헨리 키신저는 닉슨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비밀리에 파키스탄 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베이징에 방문하였다. 당시 교착상태에 마친 베트남전쟁에서 출구 전략이 필요한 미국과 우수리강 지역에서 ‘이념적 우방’이라고 믿었던 소련과 군사충돌을 경험한 중국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 순간이다. 신중국이 들어선 후 제네바에서 대사급 회담만 136 차례 따분하게 전개한 양국은 닉슨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인 키신저라는 비밀특사를 매개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였던 것이다.
양국 관계의 진전에서 걸림돌은 대만과 베트남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만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해야 했고, 중국은 미국에 더 이상 베트남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사실 이미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한 순간 양국 사이에 대만과 베트남은 실질적인 장애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협상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간 협상이나 기업간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은 서로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한 순간이다. 만일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간에는 무력충돌이, 기업간에는 소송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표 VS 안철수 의원이 놓친 협상의 원칙
협상은 먼저 제시하는 쪽이 불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협상을 제시하면서도 불리하지 않게 전개하려면 유리한 시기와 위치에서 협상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상하지 않더라도 유리한 결과가 예측될 때, 달리 선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위험이 적다. 협상 결과에 대해 항시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양보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간의 당개혁과 총선대책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된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양보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협상의 원칙이나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양측은 협상할 자세를 잃어버리고 협상의 원칙을 놓쳤다. 그리고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6가지 원칙 가운데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라’, ‘현명하게 거래를 종결하라’라는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제시한 ‘문, 안, 박 연대’를 안철수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제안이 거절된 후의 다음 수순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즉 문 대표는 협상이 결렬되었을 경우 어떻게 현명하게 종결할 지에 대해 아무런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후 자신의 제안으로 혁신전대안을 내세울 때 이미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진들이 안철수 의원을 만나기 위해 늦은 밤 그 집에 찾아갔을 때 “자신은 그 동안 (문 대표에 의해) 조롱거리 대상이 되었고 마치 새누리당과 같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울분을 토했다니 그러하다. 그리고 낡은 진보를 청산하자는 혁신전대안을 제기했을 때 그의 에둘러 말하는 화법을 곱씹으면 낡은 진보의 청산 대상이 문 대표측으로 읽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키신저 VS 저우언라이의 협상의 자질
성공적 협상을 위한 6가지 원칙 중 나머지 4가지 원칙을 알아보자. ‘철저히 준비하라’, ‘선을 긋고 목표를 설정하라’, ‘경청하라’, ‘명확하게 말하라’ 그 모범적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다시 키신저의 비밀특사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키신저의 맞상대는 당시 총리인 저우언라이(周恩來)이었다. 키신저는 그에 대해, “60여년의 공직 생활에서 나는 저우언라이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술회할 정도로 협상의 상대방으로 깊은 인상을 가졌다. 협상을 전개하려면 협상파트너를 누구로 선정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잘못 선정한 협상파트너는 협상을 망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협상력이 있고 협상의 자질이 갖추었는가? 국제협상에서 흔히 언급하는 덕목인데 영문으로 소개해보면, Planning(철저한 계획), Preparation(철저한 준비), Strategy(협상 전략), Strength(추진력), Patience(인내력), Persuasion(설득력), Speed(속도)이다. 쉽게 말해서 준비성이 있고, 강약을 조절할 노련함과 풍부한 언변과 참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상을 망친 사례를 보면, 긴 협상 과정에서 인내력을 잃은 채 백기를 들어 결국 상대방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경우이다. 인내력은 체력에 바탕을 두니 체력이 떨어질 때는 협상을 요령있게 그만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협상의 묘미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협상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둘 사이에 아젠다가 원만히 합의되어 최종적으로 닉슨이 방중하기로 했는데, 대외 발표 시 문안을 어떻게 만들지가 이슈가 되었다. 키신저는 “마오쩌둥 주석이 닉슨 대통령을 초청했으며 닉슨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고 말하자” 했다. 누가 누구를 초청했느냐가 밤새 교착상태에 빠졌는데, 마침내 합의한 안은 “저우언라이가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닉슨 대통령의 공공연한 열망을 익히 알고 있던지라 닉슨 대통령에게 초청을 했고, 대통령이 이를 기꺼운 마음으로 수락했다”는 것이다. 협상의 묘미는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6가지 원칙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라.
•현명하게 거래를 종결하라.
•철저히 준비하라.
•선을 긋고 목표를 설정하라.
•경청하라.
•명확하게 말하라.
협상의 자질을 갖춘 사람
•Planning(철저한 계획)
•Preparation(철저한 준비)
•Strategy(협상 전략)
•Strength(추진력)
•Patience(인내력)
•Persuasion(설득력)
•Speed(속도)
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
플러스광고
전체의견 수 1
Today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사치 세계에도 협상이 많습니다. 궁극적으로 돈 때문입니다. 51을 양보하고 49를 가져가져가는 대신, 다음 장사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것이 제일 좋죠. 그런데..말씀하신대로 감정의 거리를 유지 못해서 제대로 안될때가 많습니다. 허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