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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도현 시인 '하루도 詩를 잊은 적 없다'

[2016-02-04, 06:20:37]

 

한국문단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안도현 시인, 40년을 시와 살아온 그가 2012년 대선 직후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 기를 쓰고 시를 써왔는데 시를 쓰지 않으니 더 좋단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밤에 욕심으로는 100편의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시의 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벼르고, 참고 있다. 대한민국 시인으로 여전히 ‘시적’으로 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책읽는 상하이’ 23강 주인공 안도현 시인이 상하이를 다녀갔다. ‘‘시적’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80여명의 청중들의 시심(詩心)을 자극했다. 그간 SNS 수천개의 ‘잡문’으로 독자들과 소통했던 안도현 시인은 이날 ‘너에게 묻는다’, ‘스며드는 것’의 가슴 따뜻한 시인의 모습으로, 뒷걸음치는 나라를 걱정하는 광장의 작가로 교민들을 만났다. “지금 시는 쓰지 않고 있지만 하루도 시를 잊은 적은 없다”는 시인의 말이, 평생의 일을 포기하게 만든 엄중한 현실이 가슴 시린다.

 

 

 

 

 

일찍 시를 쓰기 시작했다


좀 일찍 시를 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서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하기도 하던 아이였다. 내가 다닌 대구 대건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각별하게 용서(?)해 주던 곳이었다. 시인인 도광의 선생님이 우리를 지도해 주셨는데, 지금도 이 학교 출신으로서 문단에 나와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 문인들이 많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백일장 대회 같은 데 나가 수십 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서 객지에서 생활을 했다. 

 

제 또래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빠져 있을 때 저는 이런저런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외로움을 견디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외로움과 거기서 파생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제 문학의 모태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보면 저도 눈물 젖은 퉁퉁 불은 라면을 꽤 먹은 사람에 속한다.

 

2012년 절필을 선언했다

  
권위적인 군사독재시기에 저는 문학청년 시절을 보냈다. 그 후 시인으로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허물어지고 어떻게 복구되는지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하기에 이 표현의 자유를 나 스스로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한 책임감도 잘 인식하고 있다. 

 

적잖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SNS에서의 글쓰기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표현의 자유를 거론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나는 시를 쓰지 않는 것도 권력에 대한 하나의 저항이라고 판단하고 수십 년 동안 지속해오던 시 쓰는 일을 중단했다. 평생의 일을 포기해야 할 만큼 현실은 엄중하기만 하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일을 거들었던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참 한심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놓았구나 싶어 참담한 심정이다. 지금 시는 쓰지 않고 있지만 하루도 시를 잊은 적은 없다.

 

시가 아닌 산문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시로 다 쓰지 못한, 어떤 서사 구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산문으로 쓰면 된다. 나는 한국문단이 한 작가에게 하나의 장르만을 고집스럽게 써야 한다는 이상한 순결주의를 강요하는 점에 대해 불만이 있다. 내가 쓰는 산문이나 동화는 내가 시인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여의도 정치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여의도의 정치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술자리에서 시국을 이야기하는 것도 정치고, 선거에 참여해 투표를 하는 행위도 넓은 의미에서는 정치다.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경우 그 목적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신의 영달과 출세를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잘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어렵게 다듬어온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나쁜 정권으로 규정한다. 우리 시인들은 일제강점기와 분단, 무지막지한 독재권력 앞에서 펜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애써왔다. 문학이 현실을 변혁하는 데 필요할 때는 그 부름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과 정치를 억지로 분리해서 사고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이 ‘나’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세상에서는 시가 언제든지 ‘무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무감 때문에 상상력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 문학은 정치도 종교도 철학도 아니고 오로지 문학이어야 하니까. 리얼리스트로서의 꿈과 낭만주의자로서의 현실인식이 만나는 지점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꿈이 없는 나라, 뒷걸음질 치는 나라다.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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