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⑮]
자장면과 짜장면
문법(표기법)을 꼭 지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참 오랜 숙제입니다. 더욱이 요즘 국립국어원에서는 과거에는 인정하지 않던 말을 새로 표준어로 삼겠다고 주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학자나 교사들이야 어렵지 않게(?) 그 원리를 이해하고 익힌다손 치더라도 일반인들까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과 아울러, 기껏 익혀 이제 겨우 쓸 만한데 왜 또 바꾸느냐는 반발도 만만찮습니다.
저는 ‘학자’가 아니고 ‘교사’입니다. 따라서 나라에서 어떤 말을 새로 표준어로 정한다면 그 옳고 그름은 뒤로 하고 일단 현실로 받아들인 후 왜 그렇게 쓰기로 했는지, 과정과 근거를 밝혀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 까닭에 1989년 맞춤법이 개정됐을 때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쓰기로 한 것을 무척 못마땅해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왜 ‘자장면’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고, 3~4년 전 마침내 ‘짜장면’을 인정하기로 한 뒤로는 어떤 이유로 그것을 다시 표준어에 끼워 넣게 되었는지를 짜증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지요.
다만 제가 교사 아닌 ‘말을 좀 다루는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언어란 생명체와 같아서 뜻과 발음과 표현이 끊임없이 바뀌는 유동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표기만큼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표기법의 큰 원칙이야 당연히 정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모든 부분이 다 그 원칙에 들어맞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외가 너무 많지 않겠느냐, 너무 복잡해지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텐데, 영어를 보면 표기로는 발음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표기를 소리에 끼워맞추려 했다면 아마 지금 영어 표기는 90%를 뜯어고쳐도 모자랄 겁니다.
굳이 영어의 예를 따르자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에서 표기는 될 수 있는 대로 건드리지 않아야 언어 대중이 헷갈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것이 국립국어원에서 몇 년 전부터 종이 사전을 발행하지 않고 온라인 사전만 증편하기로 한 것이 걱정스러운 까닭입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언어란 원칙 못지않게 언어 대중의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표기란 오랜 습관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발음은 자꾸만 변합니다. 그렇다면 표기는 그대로 두고 바뀌는 발음만 인정하면 어떨까요. 우리말의 가장 큰 장점을 표기대로 읽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음과 표기가 다른 경우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주’라 쓰고 ‘쐬주’로 읽는다든지 ‘우리 과’, ‘과에서는’ 할 것을 ‘우리 꽈’, ‘꽈에서는’이라고 한다든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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